이동식 경운대 항공안전정책관(항공운항학과 교수)
최근 몇 년 사이 항공기 안전성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으나, 비상 착륙이라는 극한 상황을 맞닥뜨릴 경우 많은 승객이 여전히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객 개개인의 침착함과 정확한 대처다.
우선 비상 착륙이 예고되거나 진행 중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좌석 벨트를 한 번 더 확실하게 매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 몸을 보호해야 한다.
이때 기내 방송을 통해 들리는 승무원의 지시는 이미 반복된 훈련과 매뉴얼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주변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안내 절차에만 집중해 정확히 따르는 것이 핵심이다.
탑승 전 비상구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기내에서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습관은 실제 위급 상황에서 생존 확률을 높여준다. 비상 착륙 직후 기체가 멈춘 듯 보여도, 기내가 완전히 안정된 것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불필요한 짐이나 소지품을 챙기려는 행동은 오히려 혼란과 지연을 야기해 다른 승객의 탈출까지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가방이나 짐은 모두 두고 즉시 비상 탈출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주변이 소란스럽더라도 승무원이 안내하는 순서에 따라 움직이면, 다수 인원이 동시에 안전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비상 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지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오기 때문에 발목이나 다리 부상을 주의해야 한다. 슬라이드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간격을 둔 상태로 차례대로 내려간다면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연기가 차오르거나 화재가 발생한 기내라면 자세를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 연기 흡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바닥 가까이에 머무르면 유독가스의 직접적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물에 적신 수건이나 티셔츠로 입과 코를 막으면 호흡기를 조금이라도 보호할 수 있다.
탈출이 끝났더라도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것은 아니다. 항공사와 구조대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안전 구역으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나 가족과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행동하는 것이 좋다.
부상자가 있다면 가능한 선에서 도움을 주되, 무작정 혼자 이탈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 대피 이후에도 당황스럽고 두려운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겠지만, 질서를 유지하며 서로 협력한다면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탑승 전 기내 안전 비디오나 안내문을 꼼꼼히 살펴보고, 위급 시 행동 요령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사소한 습관들이 결국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토대가 된다.
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예고 없이 닥쳐올 수 있지만, 미리 준비된 승객이 많을수록 실제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서로 돕고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
모든 승객이 기내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승무원 지시에 신속히 호응하며, 필요하다면 서로 도울 수 있는 자세를 지닌다면 비상 착륙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닥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마음가짐과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 숙지다. 이것이 항공 사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어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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