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이정훈] 두 번 탄핵당한 트럼프가 윤석열을 만난다면

입력 2024-12-30 13:02:25 수정 2024-12-30 18:54:06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탄핵을 다시 보게 됐다. 우리와 미국의 대통령 탄핵은 어떻게 같고 다른 것일까.

미국에서는 17대 앤드루 존슨과 42대 빌 클린턴, 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바 있다. 우리는 기소에 해당하는 탄핵소추를 하면 바로 그의 직무를 정지하지만 미국은 탄핵소추가 인용돼 파면될 때 그의 직무도 정지시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2개 혐의, 8개 사건으로 기소돼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1개 재판의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국회의원과 민주당 대표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로 본다는 원칙 때문이다. 미국은 탄핵에도 이를 적용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 '직무 정지를 위한 탄핵소추'와 권한대행의 남발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50개 나라가 모인 국가연합이다. 미국은 주는 동일하다고 봐, 각 주에서 2명씩 대표를 내 100명으로 상원을 구성한다. 하원은 미국을 '하나의 나라'로 보고 만든 것이라 유권자의 수를 기반으로 한다. 인구가 많은 주에 더 많은 의원을 배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하원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미국에는 헌법재판소가 없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법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50개 나라에 걸친 정치 문제이기도 하기에, 탄핵 심리는 상원이 한다. 평소의 상원 의장은 부통령이 하지만 대통령 탄핵 심리만은 대법원장이 주재하고 결정은 상원 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한다. 67명 이상 동의해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인데, 상원은 이런 결정을 한 적이 없다.

2025년 1월 20일 47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트럼프는 45대 시절 두 번 탄핵소추를 당했다. 미국 역사상 두 번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과 그러함에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이는 그가 유일하다. 44대 오바마 대통령 시절 지금(46대) 대통령인 바이든은 부통령을 했는데, 미국 변호사인 그의 차남이 우크라이나 최대 에너지 회사의 사외이사를 했다. 그때 우크라이나엔 친러 정권이 있었는데 이 기업이 정경 유착 사건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반러(=친미) 진영이 규명을 요구해 정치 문제가 됐는데, 이들을 달랠 세력은 미국밖에 없었다. 이 회사와 친러 정권은 바이든 차남에게 부탁해 사법 처리를 넘겼다고 한다. 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미국에서도 문제가 됐기에,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조사하게 하자 민주당이 발끈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이었기에 탄핵소추를 의결했다(2019년). 그러나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이었기에 소추는 기각됐다(2020년).

그리고 시작된 2020년 대선에서 연임을 자신한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패하자 '부정 선거'를 주장했다. 이에 동조한 그의 지지자들이 국회로 난입하는 사태를 벌이자 하원은 퇴임을 1주일여 앞둔 트럼프를 또 탄핵소추했다. 상원은 트럼프가 퇴임한 후 심리를 하게 됐는데, 이때 인용을 했으면 트럼프는 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기각되는 바람에 이번 대선에 도전해 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1기 때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정부를 꾸리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곁엔 더 예측하기 어려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있다. 무역 국가인 우리는 핵을 가진 북·중·러를 상대하는 최전선에 있으니 미국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10여 분 트럼프를 만난 것과 전경련 회장인 류진 풍산 회장이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 윤석열 지지 시위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가 트럼프를 만나려 하는 것이 뉴스가 되는 것은 트럼프가 가진 '마력' 때문일 것이다.

상상도 못 한 일을 하는 '생물'(生物)이 정치이다. 두 번 탄핵을 당하고도 재기한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해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생존이고 '다음 대통령'이 유력한 이재명 대표는 트럼프와 통하기 어려울 것 같고 우리의 탄핵 제도는 손봐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출국 금지를 당하고 있으니 이 만남은 그의 출금이 풀리거나 트럼프의 방한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내정간섭 시비가 인다면 특사를 보내면 된다. '만수'(萬手)인 트럼프는 동북아의 정치 질서를 바꾸기 위해 윤석열과 김정은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