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이종철] 반전(反轉)

입력 2024-12-26 13:21:43 수정 2024-12-26 16:22:00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지난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여야 대표 회담을 하던 날 이 대표는 국민들에게 생중계되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윤석열 정부 계엄령 선포설'을 꺼냈다. 의도한 대로 크게 뉴스가 되었다. 김민석 의원을 위시한 민주당의 운동권 정치인들은 이슈를 키웠다.

한동훈 대표는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거짓말이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며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여당 대표를 면전에 두고 해서는 안 될 대단히 무례한 언행,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 뉴스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보수 진영에서 많은 오피니언들이 나섰다. 국회의원 170석을 가진 민주당이 버젓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형식적으로도 불가능했다. 헌법에는 계엄 발동 요건과 함께 해제 요건으로,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겨 버렸다. 윤 대통령의 행동으로 인해 민주당을 비판했던 사람들은 모두 무색하게 되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문제 제기를 하는 민주당이 맞았다고 확인시켜 주었다.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행동이 이상한 주장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정당화시켜 준 것이다. 이상한 한 사람 때문에 정작 이상한 사람들은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상식을 가진 많은 오피니언들과 국민들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퇴출 위기에 처했던 민주당의 운동권 정치 세력에 새 생명을 주었다. 그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 민주화의 공로를 독점하며 승승장구했다. 국회의원도 수차례 하고, 정권도 몇 번을 잡았다. 그런 그들이 점점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잃어 가는 중이었다. '조국 입시 비리' '송영길 전당대회 돈봉투' '이재명 토착 비리' 등 그들은 부패한 모습으로 많이 비쳐졌고 더구나 그것을 부끄러워할 줄도 몰랐다.

그들의 '위선'이 위기의 원인이었지만 그들은 그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기를 모면하는 방식은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꾸만 지금이 과거의 군사 독재 시절인 것처럼 말했다. 가령 조국 전 장관은 국민들로 하여금 '군부 독재'를 연상시키고자 '검부 독재'라고 말을 만들었다. "총선에서 민주 진보 진영이 승리하여 검찰 독재 정권을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그들의 통상적이면서 손쉬운 방식은 '상대를 극단적으로 악마화'하는 것이다. 정권을 군부 독재 시절의 정권으로 만들고 자신들은 이에 저항해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군부 독재의 자극적 설정을 이용해 '자신들은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려고까지 했다.

정작 그들이 저지른 행동들은 각종 비리였다. 그런데 자신들이 마치 무슨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양 행세했다. 부정부패 잡범(雜犯)이 민주 투사인 양 흉내를 내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표의 행동과 반응은 모두 같고 익숙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비리 혐의의 '사법 방탄'을 위해 몸을 불살랐다. 과거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사람들이다.

이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어땠겠는가. 당연히 염증을 느끼고 비판적이 되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반전(反轉)이었다. 그들은 안간힘을 썼지만 국민을 속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그 모순을 일거에 무너트려준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말 '악마'가 되어 나타났고, 이 현실을 맞닥트리고 보니 그와 대척적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자동으로 영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난 12일 조국 전 장관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고, 16일 구속 수감이 되었다. "인정할 수 없지만 의무를 다하려 한다"며 주먹을 치켜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그를 환송했다. 민주 투사가 감옥 가는 모습 그대로였다. 조국 전 장관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계속 자신이 희생양인 양했고, 자신의 악행을 세탁하려 했다. 큰 효과를 봤고, 지난 총선에서는 정당을 만들어 크게 약진했다. 그가 수감되며 더더욱 의기양양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완전히 성공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