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열전]윤 대통령 탄핵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군자이고 싶었나

입력 2024-12-16 16:55:20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찬성 204, 반대 85, 기권 3, 무효 8표로 의결됐다. 야권에서 이탈표가 없었다면 국민의힘 의원(108명) 중에 12명이 찬성한 것이다. 탄핵 소추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안 통과가 대의(大義)이고 민주주의라고 생각할 것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윤 대통령이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정치 권력'의 정당성을 회복할 수 없고, 국가적 혼란을 막을 길도 없는 상태였다. 파면되든 직(職)을 유지하든 국회 탄핵소추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서 본다면, 그리고 우리나라 보수우파 입장에서 본다면 최소한 탄핵소추 시기는 늦췄어야 했다. 윤 대통령 파면은 조기대선을 의미하며, 현 상황에서 이는 곧 '이재명 대통령'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민주당 진영에 떨어지는 이변(異變)이 없는 한, 하늘에서 동아줄이 국민의힘 진영에 내려오지 않는 한 그렇게 될 것이다.

▶ 공격해야 할 때 공격하지 않은 양공

기원전 663년경 중국 춘추시대.

초(楚)나라가 송(宋)나라를 침공했다. 송나라 양공(襄公)은 초나라 성왕과 홍수(泓水:중국 허난성)에서 부딪혔다. 초나라 군사들이 11월 추운 겨울 강을 건너오는 중이었다. 송나라 신하 목이가 말했다.

"저들의 군사는 많고, 우리는 적으니 저들이 아직 다 건너지 못했을 때 공격해야 합니다."

송나라 양공은 거부했다.

초나라 군사가 이미 강을 건너기는 했지만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목이가 다시 말했다.

"지금이라도 공격해야 합니다."

양공이 답했다.

"그들이 전열을 갖출 때까지 기다립시다."

이에 신하 자어가 "전쟁은 승리를 목표로 삼아야 하지, 어째서 일상의 일을 말합니까. 그러자면 전쟁을 왜 합니까. 공(公)의 말대로 하자면 우리는 틀림없이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양공이 말했다.

"군자(君子)는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그를 곤궁에 빠뜨리지 않고, 상대가 전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진군의 북을 두드리지 않는다."

마침내 초나라 군사들이 전열을 갖추었다. 송나라 양공은 그때서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병력이 열세(劣勢)였던 송나라는 패했고, 양공 자신도 허벅다리에 화살을 맞았다. 그 부상이 악화하는 바람에 이듬해 죽고 말았다. 그의 어리석음을 일컬어 '송양지인(宋襄之仁·송나라 양공의 어리석은 인정)'이라고 한다.

열세 속에서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주변의 충고를 무시하고, 군자의 도리 운운하다가 참패한 것이다. 그 결과로 수많은 송나라 군사들이 죽었고, 송나라 백성들의 피해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 농성(籠城)해야 할 때 성문을 연 12명

송나라 양공은 군자를 자처(自處)하며, 공격해야 할 때 공격하지 않고 전투를 미루는 바람에 패하고 자신도 죽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12 군자'들은 '이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탄핵소추 반대는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며 농성(籠城·성문을 굳게 닫고 버팀)해야 할 상황임에도 성문을 열었다. 상대는 죽기살기로 전쟁을 하는데, "군자의 도(道)를 찾겠다"며 자폭(自爆)해버린 셈이다. 자신들만 죽는 것이 아니라 성 안의 다른 군사와 백성들까지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이미 저지른 잘못을 돌이킬 수는 없다. 하지만 매끄럽게 수습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와 '12 군자'는 윤 대통령의 잘못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탄핵소추하더라도 그 시점을 1,2달만 늦췄더라면 이재명이라는 절대 강자, 하늘을 찌르는 사기(士氣)에 대오(隊伍)까지 빈틈없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격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이재명 대표 신속 재판은 공염불

국민의힘이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내년 4월 15일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소요기간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소요 기간 92일임을 고려할 때, 그리고 2명의 헌법 재판관(문형배·이미선)이 4월 1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말이다. 그러니 현재 1심 판결만 나온 상태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재판의 대법원 확정 판결 전에 대선전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항소해놓고도 변호인을 선임(選任)하지도 않고, 소송기록 접수 통지도 수령하지 않고 있다. 아직 재판을 시작조차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1달 또는 2달 이상 이 상태로 버틸 수도 있다.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은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끝내라고 권고했지만, 이 대표가 버티면 대법원의 권고는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마당에 법원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리도 없다.

▶ 맨손으로 칼에 대응하니 맨날 지는 것

다수 여론에 즉각 응답하는 것만이 민주주의일까? 경찰, 검찰, 국회 조사도 없이 달랑 언론 보도 60여장으로 구성된 증거·참고자료를 갖고 11일 만에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하는가. 광장의 외침도 들어야 하지만, 형식 절차까지 지키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이고 법치인 것이다.

민주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판을 지연하는데, 국민의힘 '12군자'들은 민주주의니 대의를 운운했다. 말이 좋아 민주주의이지, 지금이 얼마나 결정적인 상황인지, 정치가 무엇인지, 진짜 대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바보들이거나, 민주당의 여론 몰이에 겁을 먹은 것이라고 본다. 그것도 아니면 '자기 체면'만 생각하는 자들일 뿐이다.

그런 자들이 국민의힘에 12명이나 있고, 당 대표를 하고 있었으니 민주당이 온갖 불의(不義)한 짓을 해도, 국민의힘이 맨날 지는 것이다. 상대는 '칼'을 들고 설치는 데, 그것은 '군자' 답지 않다며 '맨손'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의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닌, 바보짓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