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누구를 위한 탄핵인가

입력 2024-12-08 13:21:01 수정 2024-12-08 17:09:01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괴담 수준의 계엄설이 현실화할 줄을 누가 알았을까.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하늘을 찌르는 국민의 분노는 당장이라도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지 않으면 달랠 길이 없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국민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어르고 달래며 탄핵 동참을 호소했다.

정의의 편에 서서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당장 탄핵이 이루어져야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정의가 구현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의결정족수에서 5표가 모자란 195명의 투표로 자동 폐기되자 언론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192석의 야당은 탄핵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할 태세다. 헌정 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을 그 자리에 계속 둘 수 없다는 시민들의 주장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즉각적 탄핵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윤석열 대통령은 2선 후퇴를 선언했고, 국민의힘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사실상 통치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은 아니지만 즉각적 탄핵이 가져올 위험이 너무도 명백하기에 필자는 시간을 갖고 탄핵에 접근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3명이 공석이다. 내년 4월 18일이면 2명의 임기가 또 만료된다. 탄핵은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니 형식논리상 전원일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탄핵 심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만일 6인만으로 탄핵이 결정되면 정당성의 문제가 남는다.

탄핵된 대통령의 권한은 즉시 정지되므로 이후 국회가 3인의 재판관을 추천하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것이 적법하냐의 문제도 있다. 결국 당장 탄핵이 결정되면 단계마다 해석이 달라 정치적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래서 탄핵하더라도 9명의 헌법재판관을 모두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면 탄핵의 이유와 논리, 사실관계가 명백해야 한다. 불과 나흘 전의 일인데도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과 차장, 특수전사령관, 방첩사령관, 공수여단장, 707부대장 등을 비롯한 지휘부와 현장 지휘관들의 증언이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성 보도를 마구 쏟아 냈고, 개인 유튜버들도 근거가 불투명한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진실과 허구가 마구 뒤섞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소추 이유서가 작성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에 의한 내란을 이유로 탄핵하려면 엄정한 수사를 통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에서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지금은 국회의 탄핵소추보다 계엄 사태로 흔들린 경제와 안보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탄핵소추가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문제는 그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지금도 13개 혐의, 5개의 재판을 받는 범죄자라는 점이다. 본인과 민주당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하지만 그의 범죄 의혹은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의 전형적 부패 의혹들이 대부분이며 심지어 경기도지사 재직 시에 1억원이 넘는 법인카드를 개인의 생활비 등으로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런 자질도 문제이려니와 만일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대통령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쥐게 되어 더 이상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할 수 없다. 그동안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의회 독재를 자행해 온 것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즉각적 탄핵소추는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재명의 민주당에 의한 독재'의 길을 깔아 주는 일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완전한 제도가 아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오늘날 한국 정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공범이며, 이재명 대표는 그 집단의 수괴이면서 현재 재판 중인 범죄 피의자다. 즉각적인 탄핵의 이익이 무엇이고 누가 그 이익을 받는가, 그리고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치명적 위협을 생각한다면 감정적인 즉시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조기 퇴임이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것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