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언행과 운명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계엄 선포로 정리된다고 생각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3일 오후 11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이고,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지 4시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에게 명령만 내리면 비상계엄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나?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 사령관을 임명하고, 군대를 동원하면 그것으로 모두 정리된다고 믿었다는 말인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지지나 이해 없이 계엄이 성공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 잔 털을 드는 데는 큰 힘이 필요 없다
손자병법 '군형편'에 「가을 날 잔 털을 들었다고 힘이 세다고 하지 않으며, 해나 달을 보았다고 해서 눈이 밝다고 하지 않으며, 천둥소리를 들었다고 귀가 밝다고 하지 않는다. 승리하는 자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후에 전쟁에 임하고, 패배하는 자는 먼저 전쟁을 일으킨 뒤에 승리를 구한다」는 내용이 있다.
故擧秋毫不爲多力(고거추호불위다력), 見日月不爲明目(견일월불위명목), 聞雷霆不爲聰耳(문뇌정불위총이). 勝兵先勝 而後求戰(승병선승 이후구전), 敗兵先戰 而後求勝(패병선전 이후구승).
승리하는 자는 이미 승리가 확실할 때 싸우기에 이기고, 패하는 자는 먼저 전쟁을 시작한 후에 이기는 길을 찾으니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 민주당의 무도한 폭주에 나라 흔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뜬금없었지만, 작금의 상황이 비상하고 엄중한 것은 분명하다. 거대 야당은 장관, 검찰,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 탄핵을 남발해 행정부 기관과 헌법 기관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 예산안도 정부나 여당과 협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칼질했다.
선거법과 제3자 뇌물죄 처벌 범위를 축소하도록 형법을 개정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혐의에 대한 처벌 근거를 없애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 윤 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을 이끌어내 대선을 앞당기려는 군불때기에도 바쁘다. 이 대표와 민주당 살자고 나라를 무정부(無政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난국을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강수로 돌파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견이다. 먼저 전쟁을 일으킨 뒤에 승리를 구하는 격이니 말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평소 여론 지지를 받지 못하는 마당에 계엄령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인가.
▶ 국민 여론은 힘이 세고 난폭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暴走)를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국민들께 널리 알렸어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론전에서 무기력했다. 국민의힘이 치열하게 싸우기는커녕 민주당의 입법, 특검 파상 공세를 대통령 거부권에만 의존했으니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만 각인됐다. 그 바람에 야당이 아무리 무도한 짓을 해도 여당 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이다.
평소 국민의힘이나 윤 대통령이 여론전을 제대로 펼쳤더라면, 그래서 야당의 폭주를 비판하는 국민 여론이 높았더라면 민주당이 지금처럼 막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평소 여론전에서 완패하고, 그것을 한방에 해결하겠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해 오히려 낭패를 보게 됐다. 욕설을 뱉으며 주먹을 휘둘러대는 사람에게 욕설과 주먹으로 맞서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칼을 휘두른 격이다. 욕을 하고 주먹질 한 자의 잘못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흉기를 휘두른 사람만 나쁜 놈이 돼버렸다.
▶ 8명만 돌아서는 경우는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권 6당은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6~7일 표결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또는 하야로 조기 대선을 간절히 바라던 민주당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헛발질로 꽃길을 열어주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이다. 이 중 최소 8명이 탄핵에 동참해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다.
국민의힘 의원 중 8명이 돌아설까?
장담컨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108명 중 8명만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형식상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민 여론이 결정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대통령 탄핵을 원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리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이 대통령 탄핵을 원할 경우에는 국민의힘 의원 8명이 아니라 80명이 탄핵에 동참할 것이다. 그만큼 평소 여론전과 지지율이 중요한 것이다.
▶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의 선택
공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오죽하면 대통령이 비상계엄까지 선포했겠나. 국회 요구를 받아 계엄을 해제했으니, 민주당 역시 행정부와 헌법기관을 무력화하려는 탄핵몰이와 입법 폭주를 멈춰라"는 입장을 취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아무리 탄핵 공세를 펴도 국민의힘이 결연하게 맞서면 이 사태는 '정쟁' 이자 '헤프닝'으로 끝난다.
만약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거나 탄핵에 동참을 시사한다면 윤 대통령은 무너진다. 물론 윤 대통령이 무너지면 국민의힘도, 보수도 무너진다. 아무리 얇은 입술일지라도 입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은 빈말이 아니다.
댓글 많은 뉴스
TK통합 여론조사…대구시민 68.5%·경북도민 62.8% '찬성'
"대구경북 행정통합 찬성" 시·도민 70% 육박 (종합)
"탄핵 반복 안된다" 보수 대결집, 강력 저지 움직임
조국 "금투세 폐지에도 주식장 대폭락…이게 포퓰리즘"
대구 찾은 이재명 "TK 현안 해결 힘 보탤 것…공항 이전 등 정부 지원 없어 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