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대열] 중대재해처벌법 3년 시행에 따른 제언  

입력 2024-12-22 14:07:32 수정 2024-12-22 17:54:20

임대열 전 영주고용노동지청장

임대열 전 영주고용노동지청장
임대열 전 영주고용노동지청장

대한민국은 산업현장에서 수많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1981년부터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적용해 책임 소재에 따른 관련자 처벌이 이뤄져 왔다. 그러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지난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됐다. 올해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의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중처법이 시행되자 산업현장은 온통 중처법에 대한 안전 이슈로 술렁이고 있다. 이 법 시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이에 대한 시사점과 문제점은 무엇일까? 자세히 복기해 볼 시점이다.

우선 중처법은 기존의 산안법에 더해 중처법을 시행함으로써 안전의식에 대한 획기적인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왜냐하면 그간의 산안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이 사업주(개인사업주는 대표, 법인일 경우 법인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국한돼, 막상 처벌을 해도 경영책임자(오너)가 처벌을 받지 않고 면피가 되므로 적극적인 안전보건 조치 이행에 다소 미온적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중처법은 처벌 대상으로 실질적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자(개인사업자 및 사업경영책임자)로 의무 주체자를 상향함으로써 그간 처벌의 당사자에서 벗어나 있던 오너들이 처벌의 당사자가 되게 했다. 안전 및 보건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대전환의 계기가 된 것이다.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중처법이 5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산업현장에서는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 중처법에서는 4개의 의무 사항(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완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문서화 및 안전 인력의 보강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에서는 고스란히 경영 측면에서 비용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체 수 구성 비율을 감안한다면 99%가 중소기업인 현실에서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중처법 확대 시행의 유예를 건의했고, 정부와 여당에서는 유예를 위해 노력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시행이 강행됐다.

정부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지원하고자 금년 2월에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예산 120억원, 관련 인력 600명 투입, 1명당 15~20개 사업장 지도, 1만2천 개 지원 사업장)을 마련하는 등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사업으로는 부족하다. 지원사업 자체가 사실상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부분의 수많은 중소기업도 중처법에 따른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이해하고 실행할 안전보건 관리 수준이 못 되기 때문에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태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법을 시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현장의 실태를 반영해 민생과 보호 법익에 걸맞은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 유예나 중소기업들을 위한 특별한 지원책 마련 등 다각적인 노력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며, 이를 위해 정부와 입법부, 기업과 근로자,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