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풀려진 아파트 관리비 철퇴…불법적 관행 근절될까

입력 2024-11-27 18:30:00 수정 2024-11-27 19:40:32

대구 수성구 아파트 사용하지 않은 비용 과다 청구
입주민들 5천만원 돌려받아
'관리비 적정성 조사기관 필요' 지적

서울 시내 한 공동주택에 각종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DB
서울 시내 한 공동주택에 각종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DB

아파트 위탁관리 업체의 불법적인 관행에 철퇴를 가하는 법원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신축 아파트(719가구)의 위탁 관리업체로 선정된 A사는 입주가 시작된 3월부터 그해 11월까지 관리직원, 경비원, 미화원의 연차수당, 퇴직적립금, 복리후생비,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명목으로 5천967만원을 받아갔다.

문제는 관리업체가 실제 사용한 비용은 연차수당, 고용보험료 등 914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부풀려진 5천만원 상당은 지급하지도 않은 채 관리비로 청구했던 것이다. 그해 9월 입주자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022년 A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손을 들어줬다. A사는 당시 현장 직원들이 향후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청구할 경우 지급해야 할 수도 있어 부당이득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8월 항소심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판결은 비용을 부풀려 청구하거나 실제 사용하지 않은 항목을 관리비로 편성하는 위탁 관리업체의 불법적인 관행에 철퇴를 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택 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뿐만 아니라 북구, 달성군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리비 적정성을 조사할 '대구시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관리비 분쟁은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입주민들의 피해가 장기화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과 관련된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게 될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는 지난달 설립 근거를 담은 조례가 마련됐으나 예산이나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질적인 운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예전과 달리 관리비 운영이 많이 투명해졌고 위탁 관리계약이 끝나면 미지급된 수당 등은 입주민들에게 환불할 수 있도록 대구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도 개정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 열린주민학교 등을 통해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에게 매년 환불 규정에 대해 홍보하고 교육하고 있다"며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운영에 필요한 연간 예산도 만만치 않아 당장은 운영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담당공무원과 자문위원회가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센터가 신설되면 중복적인 운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