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1선재(線材)공장도 19일 전격 폐쇄했다. 1979년 가동을 시작해 45년 9개월간 선재 제품 2천800만t을 생산한 곳이다. 앞서 국내 2위 철강회사인 현대제철도 제강과 압연 공정을 담당하는 포항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포항2공장은 주로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형강(形鋼) 제품을 생산했다.
국내 1·2위 철강회사들의 이런 결정은 철강업계에 닥친 장기 불황의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7천43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었다. 악조건을 감안해 추정한 시장 전망치보다도 6% 이상 낮았다. 현대제철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77.4% 감소했다. 포스코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기본임금 8.3% 인상과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는 노조는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지난 10일 발생한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의 폭발 화재도 악재다.
철강업계 불황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2천조원에 이르는 내수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자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내부 철강 수요가 급감하자 중국 철강업체들은 전 세계에 덤핑 수준으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은 341억달러(약 47조5천억원)에 달했다. 미국의 트럼프 집권 2기는 설상가상이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에 나서면 중국 제품은 더 싼값에 세계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은 미국 시장 확대는커녕 쿼터 감소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국내 건설 경기마저 얼어붙다 보니 철강업계는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기다. 포항시와 유관기관들은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 국내 대기업 국산 철강 사용 할당제 도입,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提訴) 신속 처리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공장 폐쇄 전에 이런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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