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조두진] 이재명을 팝니다

입력 2024-11-20 20:01:24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친명(親明·친이재명)계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명(非明)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습니다"라고 겁박(劫迫)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한 말이다. 최 의원은 "(비명계가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했다.

최 의원이 '움직이는 비명계'를 어떻게 구별해 낼지 궁금하다.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이재명 대표 궐위(闕位)를 기대하는 움직임으로 보는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법원이 이 대표에게 중형을 선고한 직후, 민주당과 범야권에서 이를 규탄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믿을 수 없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심, 3심을 통해 이 대표가 죄 없음을 증명해 내겠다"고 말했다. 필자에게는 그의 발언이 '이재명 구하기'가 아니라 '자기 광고'로 들린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은 누가 봐도 가혹(苛酷)해 보인다"며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계 전현희 의원(전략공천)에 밀려 '컷오프'됐던 임종석 전 실장이 이재명 대표를 걱정할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일부 허위 사실로)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이자 22대 국회 1당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야권에서 이재명 대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누가 봐도 조국 대표 아닌가?

정청래, 임종석, 조국의 발언이야말로 '포스트 이재명'을 노리는 발언이라고 본다. '이재명 퇴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지지자들의 분노를 자신을 향한 지지로 끌어오려는 전략인 것이다. 최민희 의원이 이 대표를 위한다면 저들을 저격해야 한다.

최민희 의원이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으로 사망'할 경우 본인은 차기 총선 출마를 고사(固辭)라도 할 것인가? 결국 어떤 이는 '이재명 대체재(代替財)'가 되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이는 '이재명 말 꼬리'에 붙어 천 리를 가려는 파리일 뿐이다. 입으로는 '이재명 구하기'를 외치지만 실은 모두 '이재명 팔이'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