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사무처장
오는 21일, 22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시교육청 학교 비정규직들만 총파업에 들어간다. 수백 개 학교에서 간편식, 빵·우유 등 대체급식이 제공되고 학교의 많은 업무가 축소 운영될 것이다.
대구시교육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지 만 4년이 되었다. 2년마다 갱신할 수 있는 협약이 4년이 돼도 갱신되지 않았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을 때, 노동위원회 위원들이 놀라서 물었다. "보통 몇 달 만에 타결하는데, 어떻게 2년 동안 교섭을 하냐?"라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기한 전면파업 같은 타결에 효과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니 사측이 길게 끌려고 하면 몇 년이고 교섭하게 된다. 파업을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일찌감치 예고해서 대책을 다 세우게 한다.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그렇다. 2년간 교섭을 했지만, 대구시교육청이 주요 요구안 중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겠다 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파업이다.
"전국 17개 교육청 중 딱 중간만, 전국 평균만큼만 처우개선을 하자"라고 노조 측 교섭위원들은 호소했다.
대구 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제일 연봉이 적다. 무임금인 방학 기간 근무 일수가 적기 때문이다. 방학 기간 까맣게 곰팡이 핀 급식실을 2, 3일 만에 청소하느라 락스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스텐 식판 닦을 시간이 모자라 독한 세제를 써야 한다고, 전국에서 제일 짧은 '급식실 방학 중 청소 일수'를 늘려달라고, 조리흄에 독한 세제에 폐암환자가 자꾸 생긴다고, 간곡히 호소해도 단 하루 청소 일수가 늘지 않았다.
"방학 기간을 퇴직금 계산에서 빼는 곳은 대구시교육청 하나밖에 없다, 유급병가제도를 비롯한 모든 복지제도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하다, 왜 대구만 이런 것이냐?"라고 수없이 얘기했다.
교섭에 나오는 사측 교섭위원들도 '대구가 전국 최하위'라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전국 최하위라도 처우개선은 힘들다는 게 대구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지난 15일 단체교섭 2년 만에 처음으로 강은희 교육감과 노조 대표들이 만났다. 6일 후면 파업이었지만 강 교육감의 입장은 단호했다. 몇 년 후면 교육청 예산이 힘들어질 전망이라 돈이 들어가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어렵다고 했다.
돈하고 상관없는 것도 안 들어주기는 마찬가지다. 일요일 세콤무인경비시스템 운영시간을 늘려 당직 경비원들에게 일주일에 단 하루 휴일을 부여하자는 것도 예산이 안 들지만 교육청은 거부하고 있다.
매년 해고냐 재계약이냐의 갈림길에서 피가 마르는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 다년 계약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것도 거절당했다. 사격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낸 학교 운동부 지도자도 고용불안에 떠는 현실이다. 매년 살아남기 위해 성과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교육감은 생각했다.
우리 학생들이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교직원의 절반이 학교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알게 될 때, 학생들이 느끼게 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강은희 교육감은 걱정하고 있을까? 학교에서부터 나쁜 일자리를 없애지 않으면 장차 우리 아이들도 나쁜 일자리를 갖게 될 것임을 알고 있을까?
강은희 교육감은 '세상을 바꾸는 대구 교육'을 약속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그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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