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공정규] 가짜 민주 팔이를 단죄하라

입력 2024-11-17 17:59:07 수정 2024-11-17 18:45:40

사공정규 영남대 총동창회 부회장
사공정규 영남대 총동창회 부회장

11월 10일, 소위 영남대 민주동문 회원들이 영남대 개교 77주년을 맞아 지난달 교내 천마아너스파크에 세워진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역사의 죄인 다카키 마사오, 죄수번호 1017'이라는 팻말을 걸고 동상에 계란과 밀가루를 던지고 검은 천으로 동상을 가리는 '폭력 시위'를 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다. 학내 문제도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 중 하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민주(民主)'란 말이 '불통' '떼쓰기' '폭력'이라는 말로 통용되어지곤 한다. '불통' '떼쓰기'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이 말끝마다 '민주'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로 위장하고 불법 폭력을 휘두르며 국가의 근간을 부정했던 가짜 민주주의자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둔갑했던 대한민국 역사의 뼈아픈 오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체제에 저항하는 사람을 무조건 영웅시하고, '민주'라는 말을 붙이면 죄가 있어도 단죄하지 못한다는 그들만의 맹신을 이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폭력은 단순히 나쁘다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폭력자들의 무분별한 욕구 분출은 선한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이다. 민주 팔이를 하는 폭력자들을 단죄하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키는 '진짜 민주주의'이다.

포퓰리즘, 악의적 선동, 당파적 양극화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악한 행위를 보고도 못 본 체한다면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들의 침묵이 악한 사람들의 악행을 더 부추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무관심하고 외면한다면 우리의 미래, 우리가 사랑하는 아들, 딸들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깨어 있기 위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과거 불가변성(不可變性)의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할 것인가.

역사는 오늘의 상황적 관점이 아닌 그 역사 당시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제강점기, 8·15광복, 분단, 6·25전쟁, 4·19혁명, 세계 최빈국 등 격동(激動)의 세월을 관통한 그 시대 인물에 대해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도외시하고 단편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닌 '역사 왜곡'이며 '역사 부정'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중요하다. 올바른 역사적 평가 위에 현재가 바로 설 수 있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우파'는 박정희 대통령을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일구어 낸 근대화의 기수로 평가하고 있다. '진보·좌파'는 독재자로 시련과 아픔을 주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이분법을 벗어나 이 땅의 '산업화 세력'은 근대 산업국가로서의 초석을 다졌고 '민주화 세력'은 근대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의미 있는 작업에 모두 충실하였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면서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는 지혜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박정희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같은 색의 안경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다만, 그가 어떤 세월을 걸어왔는지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점이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단죄해야 할 가짜 민주주의 민주 팔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