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기업 못 하겠다" 민주당 상법개정안 소식에 경영계 강력 반발

입력 2024-11-15 06:30:00

민주당, '상법개정안' 당론 채택
한경협 "10대 기업 6곳 외국기관이 주도할 것"
경영계 "기업 숨통 끊어질 수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성공으로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재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의결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의무 성문화 ▷상장회사에 대해 독립 사외이사의 의무 선임화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모 단계적 확대 ▷대기업(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활성화 ▷상장회사 전자투표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경영계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상법을 개정하게 되면 한국 기업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공부 열풍'이 불 정도로 기업들은 국제 정세를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야당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기업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며 "개정안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을 못하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150곳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상법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외국기관 연합이 10대 기업 중 4곳의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의 40~50%를 차지하는 '잠재위험군'도 10대 기업 중 2곳이나 있었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10대 기업 중 6곳이 외국기관 연합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경협은 분석 대상 기업 중 이사회가 외국기관 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기업 자산 비중은 전체 상장사의 13.6%(596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면 국부 유출과 기업 경쟁력 하락에 따른 기업 가치 훼손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과 소수 주주에 대한 피해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입장문을 내고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상법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결국 소액 주주들이 회사 이사들에게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미 법적으로 다 보장돼있는 권리"라며 "상법교수 63%가 이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 '포퓰리즘'에 불과하고, 한국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