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한동훈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출마할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 그 우려는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는 말로 표현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고, 한동훈 스타일상 현재와 미래 권력의 충돌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동훈은 대표에 출마했고, 국민의힘 대표가 되었다.
그렇게 7월에 한동훈이 국민의힘 대표가 된 이후 4개월이 지났다. 짧다고 볼 수도 있지만, 비대위원장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당을 대표한 지 11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러기에 한동훈 당대표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 임기가 너무 짧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한 대표에 대한 평가는 정량평가인 국민의힘 지지율, 당대표 수행 평가 등이 있다. 먼저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면 대표 당선 무렵 7월 4주 갤럽 조사(23~25일, 1천1명, 선거여심위 참조)에서 국민의힘이 35%로 더불어민주당(27%)에 8%포인트(p) 앞섰으나 11월 2주 조사(12~14일, 1천2명, 선거여심위 참조)에서는 국민의힘 27%, 더불어민주당 34%로 7%p 뒤졌다.
당대표 이후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최저다. 당대표직 수행 평가도 한길리서치-쿠키뉴스 11월 정기 조사(9~11일, 1천 명)에서 28.6%다. 이는 9월 조사(7~9일, 1천25명)의 35.4%에 비해 6.8%p 하락했다. 그렇다고 차기 대권 주자 조사에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앞서는 것도 아니다.
한 대표 관련 지표의 하락 원인은 FGI(좌담회)와 같은 정성조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정성조사는 각 정당 지지층과 같은 동질 집단을 심층 면접하는 방법으로 지지층의 속내를 들어볼 수 있다. FGI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속내는 명확하다. 즉 여야 간 대화나 상생은 공자님 말씀이고, 상호를 적폐로 보기에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탄핵과 5년 임기 내내 보수 적폐 청산, 이명박 정부 검찰 수사로 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도로 국정 중단 등 거슬러 올라가면 상대 당에 대한 원한은 끝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동훈 당대표를 뽑은 강성 지지층의 속내는 2가지였다. 하나는 검찰에서 손발을 맞췄듯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민주당 적폐, 더 정확하게 말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적폐로 규정하고 사법 처리 하라는 것이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한 대표는 민주당 적폐 청산보다 자기 정치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째는 고양이에게 방울을 달 적임자로 생각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한동훈은 대통령의 황태자로 보였고, 오랫동안 함께했기에 대통령의 성격, 스타일, 취향, 소통 방식을 잘 알 것으로 봤다. 그래서 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가 잘되리라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는 당정, 여야 간 정치 복원을 기대했던 연성 지지층의 기대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한 대표가 대통령을 너무 잘 알아서, 아예 소통이 안 된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기대한 방울 다는 역할은 없었다. 오히려 당정 관계만 더 악화되었고, 여야 정치 복원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재명 대표 1심 선고가 나왔고, 25일 두 번째 선고가 있다. 28일은 김건희 여사의 세 번째 특검법 처리가 예정되어 있다.
보수층의 눈높이에서 한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한 대표는 보수 지지층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다고 했다. 그러나 채 상병이나 김 여사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성과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자,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대통령과 정치적 차별화로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어 이참에 대선 주자로 확고하게 서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국민의 카타르시스도 없고 지지층은 혼란스럽다. 즉 당심도 민심도 못 얻었다.
그래서 지금은 한동훈의 위기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 한동훈은 여당 대표다. 즉 한동훈의 위기로 집권당이 늪에 빠질 수 있고, 당 지지율이 밀리면 오히려 그렇게 쇄신을 요구했던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된다.
어쩌다 보니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을 요구했듯이 똑같이 한 대표도 국민의힘이 여당 역할을 제대로 할 혁신을 요구받는 처지가 되었다. 국민은 대통령과 한 대표가 누가 옳은지, 즉 정치적 차별화보다 당정의 책임 있는 여당 대표 역할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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