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 시행에도 처벌의 한계 여전…N차 피해 부추기는 꼴
'반복된 신고에도 왜 막지 못했나' 스토킹 방지 제도 개선 다시 도마 위
경북 구미에서 스토킹으로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은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참극(매일신문 11월8일 보도)이 발생하면서 스토킹 범죄자 처분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법원의 판결 전에도 스토킹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강화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계도와 교정에 초점을 맞춘 기존 처분 체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다.
스토킹 범죄가 살인과 폭행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뀐 개정안 역시 전자장치 부착 여부를 결정할 각 스토킹 범죄의 죄질을 판단할 기준이 모호한 탓이다.
최근 구미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또한 이 미비한 기준의 빈틈에서 벌어진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A(34)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살인 혐의를 받기 전까지 이 남성은 지난 7월부터 이달 초까지 숨진 전 여자친구 B(36) 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스토킹 가해자다. 5개월이 넘도록 B씨를 스토킹한 이 남성은 전 연인을 살해하기 직전까지 스토킹 범죄 등으로 3차례나 경찰에 신고돼 관련 범죄 처분이 내려진 상태였다.
A씨는 B씨의 3차례 신고로 경찰과 법원으로부터 ▷1차 구두 경고 ▷2차 상담 전문기관 치료 ▷3차 접근금지 및 통신금지(잠정조치)를 차례로 처분 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B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를 당하기 진적까지, 약 5개월간 스토킹에 시달려야 했다. 사실상 이 처분들은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임시 조치에 불구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처분 수위는 점차 높아졌지만, 가해자의 재범 징후나 위치 등을 밀착관리하고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다.
강력범죄가 예상될 만한 가해자의 이상징후에도 이같은 조치에 그친 탓에 구미 스토킹 사건은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취재 결과 이 가해 남성은 이달 1일 피해자의 주거지까지 찾아가 직접적인 만남을 시도했다. B씨가 나타나지 않자 남성은 현관문 일부를 훼손한 등 대범하게 흔적까지 남겼다. 이를 알게된 B씨는 결국 A씨를 상대로 경찰에 세번째 스토킹 신고를 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신고 나흘째 피의자 남성에게 겨우 잠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는 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및 통신 등을 금지한다는 골자를 담고 있지만, 피해자 신고없이는 가해자가 이를 어겨도 경찰이 파악조차 할 수 없어 예방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효성 없는 이 개정안으로 여전히 고수되고 있는 기존 스토킹 범죄자 처분은 N차 피해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연인을 살해한 A씨는 최초 신고 당시만 해도 교제 중인 두 남녀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일방적 이별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요구한 교제폭력의 가해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1차 구두경고 처분 이후에도 지속적인 괴롭힘이 이어지면서 B씨는 두번째 신고를 했고, A씨는 스토킹 가해자로 피의자 신분이 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선상(전화·문자 등)의 스토킹 범죄만 그쳤던 A씨는 2차 처분을 받은 후엔 직접 만남까지 시도하다 점정조치를 받은 상태로 B씨를 만나 살해까지 저질렀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모든 스토킹 범죄자를 잠재적 강력범죄자로 보고 쉽게 전자발찌 부착을 결정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피해정도에 따라 처분 수위는 바뀔 수 있지만, 대부분 스토킹 범죄는 구두 경고, 상담기관 연계, 점정조치, 유치장 구금 등의 처분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재범에 대한 가능성'이 낮다고 본 상담 전문기관 판단에 대한 신뢰성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담기관의 판단과 달리 재범은 물론 강력범죄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속 드러고 있어서다.
A씨는 2차 처분으로 지난 8월 초부터 매주 1회씩 총 5회를 상담 및 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하지만 이달 초 피해자의 주거지까지 찾아간 A씨는 B씨를 끝내 만나지 못하자 재물손괴까지 하며 흔적을 남겼다.
이후 A씨는 행동은 더욱 치밀해졌다. 피의자의 지하주차장에 숨어있던 A씨는 나타난 B씨의 모친을 뒤따라 피의자에게 접근해 그의 가슴과 목 등 급소를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스토킹 피해 전문 상담기관의 관계자는 "2년 전 중국국적 여성 살인이나 지난해 인천 스토킹 살인 같은 관련 범죄만 봐도 스토킹 범죄에 강력범죄로 이어진 유사점을 보인다"며 "범죄 초반 1차 경고, 2차 상담기관 연계 치료 등 조치가 내려지면 가해자들도 조금 겁을 먹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재차 스토킹을 벌여도 처분 수위가 낮다고 판단되면 더욱 대담하게 스토킹 저지르는 심리가 작용돼 초반 심리상태 등 분서 기관의 판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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