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항공권이 KTX 값보다 싸다"…대지진설에 가격 '뚝'

입력 2025-07-04 21:07:01

일본 규슈에 있는 활화산인 신모에다케에서 나온 연기가 3일 5천m 상공까지 치솟았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6월 28일 신모에다케 분화 모습. 연합뉴스
일본 규슈에 있는 활화산인 신모에다케에서 나온 연기가 3일 5천m 상공까지 치솟았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6월 28일 신모에다케 분화 모습. 연합뉴스

'7월 일본 대지진설'에 국내 항공·여행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인 일본으로 떠나는 항공권 가격은 평소의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4일 한 항공권 판매 사이트에서 오는 5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한 뒤 7일 돌아오는 왕복 항공권은 최저 11만2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편도로는 5만6200원으로, 서울~부산 KTX 요금(5만9800원)보다 싸다.

지난해 7월 왕복 항공권이 40만원대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된다. 항공업계는 엔화 가치 상승, 일본 노선 공급량 증가, 대지진설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진을 우려하며 여행 계획을 변경했다는 이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pal***'은 "예언은 예언일 뿐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일본 여행 생각하고 있다가 우연히 접한 정보로 계획을 변경했다"며 "예언이 빗나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일본행 항공편 수요가 감소한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홍콩의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지난 2일 홍콩과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 도쿠시마현 도쿠시마를 연결하는 정기 노선 운항을 9월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을 찾는 탑승객이 줄어 실적이 악화돼 노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홍콩에서 일본 대지진설이 확산해 탑승객이 급감했고 실적이 악화해 해당 노선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항공사는 같은 이유로 지난 5월 홍콩과 도쿠시마, 센다이를 잇는 항공편을 일부 감편한 바 있다.

같은 달 주일 중국대사관이 일본 거주 자국민들을 상대로 대지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면서 일본 내 부동산 구입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원인으로는 '7월 대지진설'이 꼽힌다. 일본 만화가 다쓰키 료가 2021년 펴낸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는 '진짜 재해는 2025년 7월 5일에 일어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만화는 1999년 출간 당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표지 문구가 알려져 주목받았다. 작가는 예지몽(미래를 보여주는 꿈)을 소재로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만화의 표지 문구가 알려지며 재조명됐다. 절판된 원작은 중고 시장과 경매 사이트에서 1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고, 다쓰키를 사칭한 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다쓰키는 각종 논란을 해소하고자 2021년 완전판을 출간하면서 "진짜 재해는 2025년 7월에 일어난다"는 새로운 예언을 추가했다. 그는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에서 발생한 대폭발로 초대형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을 덮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기상청은 다쓰키의 대지진설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3일 노무라 료이치 일본 기상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대지진설에 대해 "헛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