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부담돼"…기업들 퇴직후 재고용 선호

입력 2024-11-05 11:51:30 수정 2024-11-05 14:15:31

한국경제인협회, 기업 121곳 여론조사
기업 67.8% "정년연장 경영부담 느껴"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커져"

지난 23일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삼사오오 모여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이날 정부는 대한노인회의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요청에 따라 법적 노인 연령 상향과 관련해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노화학회 기준으로 노인은 75세 이상이다. 매일신문 DB
지난 23일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삼사오오 모여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이날 정부는 대한노인회의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5세로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요청에 따라 법적 노인 연령 상향과 관련해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노화학회 기준으로 노인은 75세 이상이다. 매일신문 DB

초고령화 사회 여파로 정년연장 논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 10곳 중 7곳은 근로자의 정년이 연장될 경우 연공·호봉급제 등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121곳의 인사 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8%가 정년연장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기업들은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조직 내 인사 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계속 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퇴직 후 재고용'(71.9%)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이유로는 '재고용에 따른 고용유연성 확보'(35.2%), '전문성, 희망자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만 계속 고용 가능'(25.8%),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에 연계해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등이 꼽혔다.

계속고용 방식으로는 '우수인력 재고용'(52.2%)이 가장 많았고, 이어 '희망자 재고용'(29.8%), '퇴직자 전원 재고용'(9.0%) 순으로 이어졌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숙련된 고령 인력의 전문성‧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44.1%)를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한 직군에 활용하기 위해'(26.6%), '신규채용이 원활하지 않아서'(1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에 따른 인사 노무 관리상의 어려움으로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 및 산재 리스크 대응'(28.9%), '생산성 저하'(28.9%), '높은 인건비 부담'(24.8%) 등을 들었다.

고령자 계속 고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고령 인력 채용에 대한 인건비 지원 확대'(28.1%). '고령 인력 채용에 대한 세제 혜택'(24.0%),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22.3%) 순으로 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 방식은 고령 인력의 생산성에 맞춰 근로시간과 임금 등을 조정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지양하고,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