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성장에 3분기 실적 최고기록 경신

입력 2024-10-24 10:02:08 수정 2024-10-24 10:44:56

시장 전망치 뛰어넘어 AI 메모리 수요 견조
엔비디아 HBM3E 12단 공급, 4분기 기대감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성장에 힘입어 올해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뚜렷해진 가운데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SK하이닉스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 관련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매출, 영업이익 최고 기록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1조7천920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인 6조8천145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매출은 17조5천73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3.8% 증가했다. 순이익은 5조7천534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분기 매출 16조4천23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 1개 분기 만에 다시 새 기록을 썼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기록(영업이익 6조4천724억원, 순이익 4조6천922억원)을 6년 만에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조1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4조∼4조4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도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 호실적에도 약세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반도체 관련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AI가 견인한 어닝 서프라이즈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은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HBM 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가운데 낸드에서도 고용량 eSSD 수요가 늘며 성장세를 뒷받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과 낸드 모두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올라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가 멀티모달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내년에도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또 AI 서버용 메모리에 비해 수요 회복이 더뎠던 PC와 모바일용 제품 시장도 각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AI 메모리가 출시되면서, 내년부터 수급 밸런스가 맞춰지며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AI 메모리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에 치중하는 전략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D램의 경우 기존 HBM3에서 HBM3E 8단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HBM3E 12단 제품의 공급도 예정대로 4분기에 시작한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HBM3E 12단 제품도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2일 '반도체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HBM3E 12단 제품의 연내 양산 일정에 대해 "계획한 대로 출하, 공급 시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 호실적에도 약세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 4분기 기대감도 높아져

4분기부터 HBM3E 12단의 공급이 본격화되면 이익 기여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매출 비중이 4분기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HBM 주문은 2026∼2027년까지 예약돼 있으며, 올해 16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설비투자도 HBM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에서도 투자 효율성과 생산 최적화 기조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앞으로도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IT 수요 개선세 둔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공격적인 캐파(생산능력) 증설로 레거시(범용) 반도체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으나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개선으로 견조한 이익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