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사춘기, 사랑스럽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간 걸까?

입력 2024-10-22 06:30:00

사춘기 갈등 예방하기 위해 '이해하기' 필요
잔소리는 결과 아닌 과정·노력에 초점 맞춰야

사춘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춘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춘기 자녀와 부모님 사이의 대화는 쉽지 않습니다. 성장과 독립을 향해 자라나는 자녀들은 이제 세끼 밥이나 부모가 놀아주는 데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더 이상 부모의 훈육에 순둥이처럼 반응하지 않습니다. 갱년기 혹은 갱년기 주변에 있는 부모님은 이전과 달라진 아이의 모습이 당황스럽습니다. 대화하려고 해도 논쟁으로 이어지다가 남는 것 없이 힘겨루기로 끝날 때가 있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과 부드럽게 소통하면서 힘을 주는 부모이자 좋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사춘기 자녀 이해 도와주는 실전 심리학

'사춘기 마음을 통역해 드립니다'의 표지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부모에게 통역하는 일을 한다는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의 '사춘기 마음을 통역해 드립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사춘기 우울, 반항, 일탈의 뿌리는 외로움에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을 이해하고 잘 돌봐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투쟁하는데 이때 서로 너무 큰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상처를 남기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보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 주고 소화하라고 합니다. 아이가 나쁜 감정을 내뱉으면 되받아쳐 돌려주지 말고 부모가 수용해서 처리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이유 없는 화, 과장된 짜증, 침울한 태도는 마음의 구토와 소화 불량으로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 세대와 달리 우리의 자녀들은 외둥이 아니면 두둥이입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왕자'나 '공주'이지만, 학교나 밖에서는 '엑스트라'로 느끼기 쉽습니다. 자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열망이 부담되고, 능력과 결과를 보여야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훈육과 잔소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과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또한 사춘기는 우정이 없다면 견디기 힘든 시기임을 강조합니다. 친구가 없는 것은 마치 부모 없는 아이들의 삶이 힘겨울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고통이라고 합니다. 사춘기 자녀에게 친구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대상이며, 아이에게 새로운 소속감과 정체감을 가져다주는 필수 환경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자녀의 친구에 대해서는 일단 '착하고 좋은 아이'라고 해야 아이가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합니다.

사춘기 갈등을 예방하고 잘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해하기'입니다. 이를 위한 소통의 방법으로 저자는 '힘그괜' 대화법을 제안합니다. "힘들지? 힘들지 않니? 힘들었지?"와 같이 힘든 것을 공감해 주고, "그렇구나,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와 같이 인정하고 수용해 주고, "괜찮아, 괜찮다, 이제 괜찮다"라고 안심시켜 주는 포용의 말을 해 주는 것입니다.

◆ 동물로 변해 버린 사춘기 아이들 이야기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표지

어느 날 갑자기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동물로 변한다면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요? 사춘기 아이들이 곰, 비둘기, 하이에나, 기린, 들개와 같은 동물로 변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 추정경 작가의 '열다섯에 곰이라니'를 소개합니다. 동물로 변하는 '동물화'는 사춘기 아이들에게만 발현되는 현상으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일 년을 넘기기도 합니다. 동물이 된 아이들끼리만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어른을 포함한 인간과는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원숭이가 사람과 동물 사이의 대화를 통역하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동물화된 아이들은 가정집에서 가족들과 살기에 위험하고 주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제로 구금됩니다. 또 더러는 부모의 눈을 피해 스스로 집 밖으로 달아나 야생의 생활을 합니다. 하루아침에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동물이 된 자녀를 찾아 헤맵니다. 어느덧 사춘기 아이들의 동물화가 일상화되면서 동물의 모습 그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됩니다. 이제 교실은 사람과 동물이 뒤섞인 반인반수의 공간이 되고, 학교는 약육강식의 논리와 동물의 본성이 우세한 곳이 되어 버립니다.

아이들은 동물의 몸으로 여러 가지를 깨닫습니다. 동물화를 겪는 것 자체가 인간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 과정이었으며,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마음도 키워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서로에게 어울리는 동물이나, 되고 싶은 동물을 이야기해 보며 사춘기 자녀와 대화의 물꼬를 터보면 어떨까요. 겉모습이 변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할지라도 그 아이는 내가 알던 그 사랑스러운 아이임이 분명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