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에 섬유업계 '시름'…방산 기업 뜻밖의 수혜

입력 2024-10-09 18:30:00 수정 2024-10-09 19:27:03

성서산업단지 전경.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제공
성서산업단지 전경.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제공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구경북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년 이상 전쟁이 이어진데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넘어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확전에 나서면서 휴전이 지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 산업계는 중동 전쟁의 직·간접적인 피해에 노출돼 있다. 중동 국가에 대한 수출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물론 해상운송 지연 및 비용 상승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한 것.

반면 전쟁 확산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도 있어 관심을 끈다.

기계장비를 수출하는 A사는 중동 일부 국가와 유럽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었으나 작년 10월 시작된 중동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A사 관계자는 "해상운임 급증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웃돈을 주고 운송편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지역 섬유업계는 중동 수출물량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은 상태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지난달 발간한 '중동리스크가 대구경북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대구의 중동 수출 1위 품목은 폴리에스터직물로 전체 수출의 35.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외에도 폴리에스터단섬유직물(4위), 편직물(8위) 등도 수출량이 많은 편이다.

한상웅 한신특수가공 대표(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는 "중동 전통의상용 직물 수출 부문 1위로 그동안 높은 성장을 유지했으나 중동 전쟁의 여파로 현재 수출량이 약 30% 감소한 상태"라며 "물류 비용이 전쟁 발발 이전에 비해 증가한 것은 물론 해상 운송 기간이 늘어나 현지 인증 등 여러 절차면에서도 피해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염색업계 다른 업체들도 중동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동 전쟁으로 군수 관련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수혜를 보는 업종도 있다. 대구 중견기업 대성하이텍의 경우 양산 중인 초정밀 부품이 이스라엘 국방기업에 공급된 이력에 힘입어 지난해 방산 관련 정밀 부품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대성하이텍은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해외 방산업체의 고정밀도 부품 수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방산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 산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입 규모만 놓고 보면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지만 업종에 따라 타격을 입는 기업이 적지 않다. 특히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간접적인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제공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