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마세라티 차주 "폰 비번 말 못해"…피싱 범죄 연루 가능성도

입력 2024-09-30 15:41:19 수정 2024-09-30 17:14:18

'광주 뺑소니 사망사고' 운전자의 도주 과정을 도운 혐의(범인 도피)를 받는 30대 조력자 A씨가 28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도심 외제차 '뺑소니' 사망 사고와 관련, 경찰이 가해 운전자의 범죄조직·보이스피싱 연루설 등에 대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사고 운전자가 반성한다면서도 휴대전화 아이폰 비밀번호는 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30일 브리핑을 열고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2)씨가 태국에서 입국한 뒤 사망사고를 내기까지 행적 등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태국으로 출국해 9개월간 체류한 뒤 치과 치료 등 건강검진을 이유로 지난 19일 입국했다. 20일 치과 치료를 받는 등 서울에서 지내다 21일 오후 9시 고향인 광주를 찾았다.

김씨는 23일 늦은 오후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서구 상무지구 한 음식점으로 이동해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소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차를 몰고 북구 신안동 노래방으로 향했다. 이때 일행 A씨(32)는 벤츠 승용차를 탔고, 또 다른 일행 B씨(30)는 김씨가 운전하는 마세라티 승용차에 동승했다.

김씨는 다음날 오전 3시 10분쯤 마세라티 승용차로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23)가 크게 다쳤고, 뒷좌석에 탄 운전자의 연인(28·여)은 숨졌다.

사고 직후 A씨의 차량을 얻어 타고 대전으로 도피한 김씨는 다음 날 오전 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과 오후 2차례 인천국제공항까지 갔지만, 출국금지와 현장 검거를 우려해 항공권을 취소한 것으러 드러났다.

경찰은 60여 시간 만에 서울 역삼동 유흥가에서 검거된 운전자 김모 씨와 도피를 도운 A씨를 구속하고 편의를 제공한 또 다른 조력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과 별개로 김씨 도주 행각을 도운 조력자들의 석연치 않은 행적을 조사 중이다.

김씨와 조력자 3명은 모두 경찰에 '무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태국과 캄보디아 등을 수시로 드나든 점, 조력자들 사기 전과 등을 토대로 추가 범죄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 휴대전화 아이폰을 조사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물었으나, 김씨는 "말해줄 수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조폭 등에 관련 있다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김씨와 조력자 직업 등을 조사중"이라며 "사고 당시 과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8일 도로교통공단에 감정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