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칼럼] 이재명 재판 생중계가 인민재판이 아닌 이유

입력 2024-09-29 14:08:14 수정 2024-09-29 17:38:42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20년 7월 16일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 과정이 생중계됐다.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아 원심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박탈당하고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도 못 하게 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권순일 전 대법관의 도움으로 무죄 취지 파기 환송됨에 따라 이재명의 대권 가도는 탄력이 붙었다.

이재명 재판 두 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TV 생중계를 요구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당초 법원조직법(제59조)은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재판에서도 피고인이 법원 청사에 들어오는 장면까지만 촬영할 수 있었다. 대법원은 1982년 '법정 방청·촬영에 대한 규칙'을 개정, 피고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996년 3월 열린 12·12사태와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법정에 선 모습이 공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직후인 2017년 7월 대법원은 '법정 방청·촬영에 대한 규칙'을 개정, 대법원뿐 아니라 1·2심 재판 선고의 생중계도 허용키로 했다. 당시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재판 생중계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1심 선고(2018년 4월)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 1심 선고(2018년 7월) 등이 TV로 생중계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 사건 1심 선고(2018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2019년 8월)도 차례로 생중계됐다. 이어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생중계된 것은 그로부터 1년여 후인 2010년 7월이었다.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생중계를 허용하자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1세기 인민재판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지만 여론은 재판 생중계를 지지했다. 오마이뉴스는 '박근혜 재판 생중계가 인민재판이 아닌 이유'라는 글을 통해 당시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국은 거의 모든 주에서 재판 생중계를 허용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도 재판 과정 생중계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는 선진국 사례를 제시하면서 재판 생중계는 세계적으로 허용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재판 TV 생중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자 공공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재판에 대한 TV 생중계 역시 인민재판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례에 따라 생중계돼야 한다. 기소된 혐의에 대한 유·무죄 여부뿐 아니라 선고 이유도 온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만일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과정이 생중계된다면 그의 대선 가도는 탄력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정치 검찰의 증거 조작과 무리한 기소라며 줄곧 무죄를 호소해 온 이 대표는 자신의 무죄를 온 국민에게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은가? 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가 실시한 연구 용역에서도 우리 국민의 87.9%가 재판 생중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소위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절대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 최고 권력자다. 동시에 그는 11개 혐의로 기소된 7개 사건, 4개 재판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중 허위 사실 유포 혐의 2건으로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이 11월 15일로 예정돼 있고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은 오늘(30일) 열린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불법 후원금 등 4개 사건 병합 재판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재판은 하세월이다.

이 대표의 2개 재판 선고와 함께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대법원 선고도 TV로 생중계해 주길 재판부에 요청한다.

1심 판결이 이 대표의 운명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의 대선 재출마 여부 등 정치생명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