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 한국, ‘미국의 창’보다 ‘중국의 방패’를 주의해야

입력 2024-09-23 12:35:06 수정 2024-09-23 16:06:51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국 대선이 해리스의 등판으로 극적인 드라마를 쓰고 있다. 트럼프는 피격 사건으로 차기 대통령은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였지만 절묘한 바이든의 사퇴가 판세를 뒤엎었다. 해리스는 단박에 트럼프의 지지율을 추월했고 TV 토론에서도 기선을 제압해 기세가 등등하다.

그러나 해리스의 우세라고 하지만 트럼프와 지지율 격차는 1% 내외의 박빙이고 아직 40여 일 남은 미국 대선 기간 중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17개 분야 주요 선거 공약을 보면 SOC 투자를 늘린다는 얘기 빼고는 모든 정책이 서로 정반대의 기조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지난 4년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홀랑 뒤집어질 판이다.

선거판에서 표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다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지만 해리스와 트럼프의 경제와 외교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익보다는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할 뿐이다. 이미 정부 부채가 GDP 규모를 넘어섰고 2024년에만 GDP의 7%가 넘는 2조달러 이상의 재정 적자가 날 판인데도 양 후보들의 퍼 주기 정책이 넘쳐 난다. 아무도 국가 부채나 이미 GDP의 2%를 넘어선 이자 부담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반면 공공의 적인 '중국 때리기'는 서로 경쟁적으로 급수를 올리고 있다. 트럼프가 먼저 60%대 중국 고율 관세를 얘기하자 지지율에서 밀렸던 바이든은 러스트벨트(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전기차에 10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트럼프의 공약 힘 빼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미국에 직접 전기차를 수출하는 것이 거의 없다. 실효성도 없는 전형적인 선거용 공약(空約)이다.

양 후보 모두 중국 압박이라는 전략의 방향성은 같지만 전술은 다르다. 공화당 트럼프는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분리)을 추진하고 다시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목을 조르는 전략이다. 하지만 민주당 해리스는 중국과 디리스킹(위험 감소)을 추진하고 기술 전쟁으로 중국을 좌초시키고 첨단산업에서 다시 'Made in USA'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점이 다르다.

트럼프의 동맹 개념은 바이든의 '민주주의 가치 동맹'과는 다르다. 장사꾼 출신 트럼프는 외교도 거래로 본다. 대미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는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적(敵)으로 본다. 한국은 대중 무역은 적자 전환했지만 다행히 대미 흑자는 역대 최대다. 그러니 지금 한국의 대미 흑자 급증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의 창에 무방비로 놓여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민주당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와 AI 첨단기술 봉쇄로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고 있다.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세계 첨단 반도체칩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을 잡아먹고 싶지만 미국의 보호를 받는 대만을 공격하기는 현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 해리스의, 바이든보다 훨씬 강한 기술 봉쇄를 통한 대중국 압박은 중국의 반발과 이를 탈피할 새로운 카드로 미국을 역습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그간 미국의 탈중국 정책 기조에 발맞추어 대중 의존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수출 1위는 여전히 중국이다. 대중 수출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반도체, 배터리 원자재 때문에 수입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최대 수출국도 중국이고, 수입국도 중국이다.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필수인 희토류는 60% 이상, 배터리 원자재는 80% 이상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의 '기술의 창'에 원자재 수출 봉쇄를 통한 '자원의 방패'를 쓸 가능이 높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반도체용 원자재의 40%, 배터리용 원자재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을 찌르는 트럼프의 '무역의 창'도 해리스의 '기술의 창'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여기에 맞대응하는 '중국의 방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국가 간의 관계는 적 아니면 동맹이다. 외교는 동맹은 더 끈끈하게 만들고, 적도 친구로 만들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 대선 후보 리스크보다 중국의 대응 리스크가 더 크지만 최악으로 돌아선 한중 관계, 반중 정서로 중국 위기론, 폭망론만 반복할 뿐 정작 중국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대선 이후 대중 공격 카드는 이미 나와 있다.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방어 카드에 대한 우리의 플랜B를 만들고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