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 공장 증설 중단…양극재 기업도 목표 낮춰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박차, 사업 다각화 노력도
전기차 판매 증가 폭이 조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업계도 투자 증설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2차전지 기업들은 앞다퉈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배터리 업계 육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고군분투 K배터리 투자·목표 하향 조정
매년 가파른 성장을 보이던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생산시설 확충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맞춰 추진하던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이 미뤄지고 있는 것.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행 중이던 제3공장 건립이 일시 중단됐으며, 애리조나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 설립도 지난 6월 착공 2개월 만에 중단됐다. 배터리 수요 둔화 장기화로 예정된 투자 속도를 늦추는 대신 기존 운영 시설의 최적화를 선택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 역시 전기차 전환 계획을 수정하면서 SK온·에코프로비엠이 함께 짓기로 했던 캐나다 공장 건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IRA에 따른 수혜 규모도 연초 제시한 45∼50GWh(기가와트시)에서 30∼35GWh로 낮춰 잡았다.
양극재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장기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등 이전에 비해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엘앤에프는 최근 공시를 통해 구지 3공장 신규증설 투자 규모를 기존 6천500억원에서 5천88억원으로 감액한다고 밝혔다. 투자 효율화 및 최종 계약금액 절감에 따른 결정이라고 엘앤에츠 측은 설명했다.
이 공장에는 차세대 차세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등 니켈 함량 90% 이상의 고품질의 제품을 양산하는 라인이 마련된다. 투자 축소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에 대한 수요 감소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에코프로비엠도 중장기 투자 계획 축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분기 실적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등 고객사의 현지화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면서도, 중장기 캐파 계획은 하향 조정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돌파구 마련 지원책 강화 목소리도
국내 2차전기 업계는 내실을 다져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자동차 전지는 물론 ESS전지사업 부문에서 유의미한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중국이 주도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 공급망 다변화 및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온 역시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운영 효율성 개선에 나서는 한편 미국 일부 생산라인에 대한 전환 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경우 오히려 투자를 늘려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는 기조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엘앤에프도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마련하고 시제품을 생산, 일부 고객사와 공급 계약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구체와 음극재, 리사이클링을 아우르는 배터리 종합 소재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로 수립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연내 LFP 생산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나트륨배터리 소재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미 포항에 2조원을 투자해 2차전지 소재 생산 과정을 하나의 단지에 구현하는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 중이다.
최근 상임고문으로 경영에 복귀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2, 3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모든 배터리는 삼원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너도나도 증설 경쟁에 나서 과잉 투자를 해왔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며 경영쇄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차에 국내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한국판 IRA'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2024년 경제분석 및 산업통상자원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배터리 업종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 보조금, 미국의 셀 생산 보조금과 같이 국내 음극재 공장에 대한 생산 보조금을 검토해야 한다"며 "생산에 대한 보조금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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