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특정 인물이나 대상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지지자를 일컬어 팬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호감은 타인과 쉽게 공유되며 공통된 관심사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집단으로 확대되면 팬덤이 탄생하게 된다. 팬덤은 소속감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를 위한 동력을 제공하며, 대상자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해당 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가수 김호중, BTS 슈가의 음주운전 이후 행보와 국내 4대 연예기획사(하이브, YG, SM, JYP)의 굿즈 판매사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조치만 보더라도 충성도 높은 지지층과 강력한 소비자 집단으로서의 팬덤이 관련 사업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되는 전략적 자산이자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전문가의 평가만이 아닌 국민투표, 음원 다운로드 점수와 같은 심사항목을 통해 팬심을 반영하고 있다. 실력에 기반한 신뢰뿐 아니라 대중과의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고유의 매력이 각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집단성이 강해지면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특징이 발견될 수 있으며 개인보다 월등히 크고 복잡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팬덤으로 형성된 집단성일지라도 그 규모가 크고 결속력이 강할수록 여론과의 상호작용 또한 밀접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성이 특정 경계를 넘어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발생된다. 팬덤이 집단 내의 의견 다양성을 억압하는 집단사고의 경향을 띄게 되면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배타적 성격이 생겨나기 쉽다.
지역의 문화 행사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직면해보니 팬덤으로 모인 이들의 행동양식은 대단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으며 집단지성의 긍정적 효과와 집단사고의 부정적 결과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질서와 관람 매너를 지키며 공동체 의식을 실천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서는 집단 이기주의적 경향을 보이며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의 출연진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팬들은 특정인의 지지자인 동시에 우리의 관객이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처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팬덤을 발생시키는 대상은 미디어의 노출 빈도가 높고 대중에게 직접적인 감정의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대중문화예술인)이 주를 이뤘으나 미디어의 발달로 상호작용이 활발해진 요즘은 인물, 캐릭터, 콘텐츠, 브랜드, 제품 등 장르와 주제를 가리지 않는 추세다. 팬덤은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으며 이들의 존재는 다방면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성숙한 팬덤에서 비롯된 집단지성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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