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가 '무법(無法)천지'인가?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자들과 피고인들이 4월 총선을 통해 대거 국회에 진출, 자신들의 범죄를 회피하는 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수사 검사들을 탄핵하려고 하는 등 국가의 사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탄핵한 3명의 검사 중 1명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됐지만 박상용·엄희준·강백신 검사 등 3명의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증교사 등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주요 사건과 조국 사태 등을 수사해 온 베테랑 검사들이다.
국회는 탄핵 사유가 있는 검사 등에 대해 탄핵소추를 할 권한이 있지만 자신들을 수사한 검사들을 상대로 탄핵소추권을 남발하는 것은 사법 방해이자 자신들의 범죄 회피를 겨냥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지 여부'를 탄핵의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어 검사 탄핵은 사실상 '이재명 방탄'을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으로 민생에 직결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어 입법 로비의 표적이 된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있는 법안을 발의해서도, 표결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나 지금 국회는 모든 우리의 상식과 준법 의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국회의원이 되자 사법기관을 압박하다 아예 지배하려는 무법천지 세상이 됐다. 역대 최악의 국회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형사 피고 의원들이 자숙,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출마, 국회의원에 재선출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 같다.
범죄자들은 인권을 내세우면서 얼굴 공개도 거부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범죄 피의자들은 당당하다. 불법·편법 대출을 받아 강남 아파트를 매매하다가 수사를 받고 있는 양문석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운운하면서 언론사들을 겁박하고 있고 역사왜곡 막말로 고소당한 김준혁 의원은 맞고소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경찰을 협박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 정도면 올림픽 메달감이다.
대통령의 형사소추 면탈을 규정한 헌법 제84조 논란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은 유효하다.
1987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여러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없었다. 만일 이 전 대표가 법적 자격을 갖추고 야권 후보로 차기 대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헌법 제84조 논란은 재점화될 것이다. 이 논란과 관련해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여론이 압도,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더 위험해진 측면이 있다.
국회가 민생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방탄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어느 한 재판에서라도 유죄를 받으면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이 전 대표 1인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변호사 활동을 해 온 법 기술자다. 전과 4범이라는 범죄 경력까지 갖추면서 수많은 재판을 직접 받은 바 있어 '단식'과 증인 및 재판부 기피 신청 등을 통해 재판을 계속 지연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법 기술을 발휘해 온 바 있다.
기소 후 6개월 내 끝내야 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이 전 대표의 1심 재판이 9월 6일 결심 공판, 10월 선고(추정, 결심 후 1개월 내 선고)로 잡혀 안타깝지만 다행이다. '무법천지'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해법을 사법부가 쥐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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