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철도 승객 '제자리 걸음'…노선 확장 한계 맞았나

입력 2024-06-11 19:58:14 수정 2024-06-12 07:58:14

3호선 개통·1호선 연장 효과 미미…역 당 평균 승객 31.1% 감소
1·2호선 역 5곳 중 4곳 이상이 10년 전보다 승객 줄어
도시철도-시내버스 환승률은 한 자릿수로 '뚝'

10일 오후 대구 도심을 운행 중인 도시철도 2호선 열차가 이용 승객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0일 오후 대구 도심을 운행 중인 도시철도 2호선 열차가 이용 승객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도시철도는 지난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3호선 개통과 1호선 화원역‧설화명곡역 연장으로 외연을 확장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역 대다수에서 이용자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시철도와 시내버스의 환승률도 낮아지면서 대중교통 전체가 동반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10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의 한 역사 내 개찰구가 이용 승객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엔데믹에도 회복 못 한 도시철도 수요

지난달 20일 오후 3시쯤 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 학교와 상가, 학원이 밀집한 곳이지만 역으로 들어가는 승객은 1분 동안 5명뿐이었다. 같은 시각 명덕역 위 도로는 혼잡했다. 명덕역 서편에서 반월당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량은 신호를 두 차례 기다린 뒤 통과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명덕역은 교통수요가 많고 도시철도 1, 3호선이 오가는 곳이지만 정작 도시철도 수요는 크지 않았다. 도심의 환승역이 사실상 '지나가는 역' 신세가 됐다. 1호선 명덕역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2014년 5천579명이었지만 지난해는 3천117명으로 44.1% 줄었다. 이곳은 코로나19 여파 이전인 2014~2019년 사이 25.4%(-1천418명)가 감소하는 등 이미 침체를 겪었다.

경북여고 1학년인 한 학생은 "명덕역을 가보면 대부분 우리 학교 학생들 뿐이다. 인근에 반월당역을 이용하거나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의 통학생은 차라리 버스를 이용한다. 또 집이 칠곡이나 수성구 쪽이 아니면 3호선으로 환승할 필요가 없어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도시철도는 지난 10년간 등락을 반복했다. 2015년 3호선 개통과 2016년 1호선 연장에도 이용자 증가는 미미했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철도 1~3호선 하루 평균 수송인원(승차기준)은 38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30만1천 명까지 줄었다가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2019년 45만9천 명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위기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다. 3호선 개통과 1호선 연장이라는 호재에도 2016~2018년 도시철도 전체 하루 평균 수송인원은 44만 명대에 정체돼 있었다. 2호선의 경우 2016년 1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2019년 17만 명대에 머물렀고, 지난해는 15만4천 명에 그쳤다.

특히 역들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역별 이용자는 오히려 큰 폭으로 줄었다. 1개 역당 하루 평균 수송인원은 2014년(1~2호선) 6천215명이었지만, 지난해(1~3호선)는 4천282명으로 31.1% 감소했다.

◆도시철도역 대다수 승객 감소세

도시철도의 정체를 역별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1, 2호선의 경우 역 중 대부분이 지난 10년 사이 승객이 줄었다. 3호선도 개통 이후 상당수 역의 이용자가 감소했다. 외곽지역이 아니라 도심 곳곳 역들의 침체가 눈에 띈다.

1, 2호선 전체 59개 역 중 지난해 수송인원이 2014년보다 줄어든 곳은 모두 48개(81.4%)에 달한다. 역 대부분이 하락세인 것이다. 3호선은 개통 이듬해인 2016년보다 지난해 승객이 적은 경우가 전체 30개 역 중 20개(66.7%)다.

특히 도심권 승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 10년간 호선별로 하락 폭이 큰 상위 5곳을 보면 1호선은 ▷대곡역(-54.3%) ▷명덕역(-44.1%) ▷동구청역(-29.5%) ▷대구역(-29.4%) ▷중앙로역(-29.2%) 등이고, 2호선은 ▷청라언덕역(-31.2%) ▷만촌역(-27.3%) ▷두류역(-27.2%) ▷대구은행역(-26.0%) ▷계명대역(-25.6%) 등이다.

1호선 연장 여파를 받은 대곡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요 상권이나 교통 요지와 관련된 곳이다. 이는 동성로 등 도심 상권의 위축과 신규 택지개발 등 변화된 도시 구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역 주변 상인들은 역세권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명덕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10년 전만 해도 정류장 쓰레기통을 보면 우리 가게 컵이 많았다. 지금은 상권이 오히려 완전히 죽었다"며 "3호선이 개통되면서 유동 인구가 늘어날 줄 알았는데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영향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호선의 경우 노선 길이가 짧고 대규모 주거단지가 비교적 적은 약점이 있다"며 "올해는 하루 평균 승객 40만 명을 넘기는 게 목표다. 수요응답형 교통체계 도입 등 시민과 도시철도 간 거리를 최대한 줄여 이용객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의 한 역사 내 개찰구가 이용 승객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따로 노는' 도시철도와 버스

도시철도와 시내버스의 연계가 갈수록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도시철도는 정시성과 짧은 배차간격이 장점이지만 노선이 고정돼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시내버스와의 환승 체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환승률이 하락하고 있다. 이는 결국 도시철도와 시내버스의 동반 침체를 부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구교통공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오가는 환승률은 2014년 10.5%에서 지난해 7.7%로 2.8%포인트(p) 낮아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기간 시내버스에서 도시철도로 갈아탄 비율은 11.1→8.0%로 –3.1%p, 반대로 도시철도에서 버스로의 환승률은 10.0→7.3%로 –2.6%p를 기록했다.

특히 환승률은 버스노선 개편과 3호선 개통이 이뤄진 시점에 큰 폭으로 줄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과 2016년의 환승률이 전년보다 각각 –1.0%p, -0.8%p를 기록했다. 이후 7년에 걸쳐 –1.0%p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폭으로 하락했는지 알 수 있다. 대구시가 환승 활성화를 목표로 단행한 버스노선 개편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도심에 있는 역들의 환승률이 낮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1호선에선 반월당역과 동대구역의 환승률이 각각 3.3%, 3.0%에 그쳤고, 중앙로역(4.3%)과 대구역( 2.5%)도 낮은 편이었다. 2호선에선 ▷청라언덕역 3.1% ▷반월당역 4.9% ▷경대병원역 3.1% ▷범어역 4.3% 등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구 효목동에서 대구가톨릭대로 통학하는 전준수(21) 씨는 등교할 때 주로 도시철도에서 시내버스로 환승한다. 하지만 하교 때는 버스만 이용한다. 전 씨는 "도시철도에서 내려 환승할 버스노선이 많지 않고, 특정 시간에 학생들은 몰려 불편하다"며 "하교 때는 시간 여유가 있어 오래 걸리더라도 환승 없이 버스로 집까지 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승률 감소의 원인으로 시민 불편을 꼽는다. 도시철도와 버스 간 환승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사실상 '등 떠밀린' 환승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대구는 환승 체계가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된 상황에서 대구시가 환승 체계를 만드는 데 더 집중했어야 했다"며 "도시철도와 시내버스의 중복 구간을 과감하게 걷어낸 나머지 지역에 버스를 집중해 배차간격을 줄이고 환승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