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풍선 도발에 전국이 몸살…정부 "저열한 도발"

입력 2024-06-02 17:06:09 수정 2024-06-02 19:31:03

북한 오물풍선 720개 확인…경북 포항·안동서도 잇따라 발견
한총리 "국민 안전에 중점"…정부 NCS 열고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검토

2일 경기도 시흥시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관계자가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경기도 시흥시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관계자가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또 대남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살포하고 있다고 군 당국이 2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저녁 8시부터 오물 풍선을 띄우기 시작했고, 이날 오전까지 약 600개가 서울·경기 지역 등에서 식별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 내용물. 연합뉴스
북한이 또 대남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살포하고 있다고 군 당국이 2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저녁 8시부터 오물 풍선을 띄우기 시작했고, 이날 오전까지 약 600개가 서울·경기 지역 등에서 식별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 내용물. 연합뉴스

북한의 연이은 '오물풍선' 살포 도발에 위해물질 테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등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도 최근 일련의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는 등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2일 합동참모본부는이 전날 오후 8시부터 남쪽으로 날리기 시작한 오물 풍선이 이날 오후 1시까지 서울·경기·충청 등 전국에서 720여 개 발견됐다고 밝혔다. 서울에선 마포구나 영등포구 등 서부권과 경기 북부에서 집중 발견됐고, 강원도에서는 원주와 홍천 등에서 오물풍선 20여 개가 발견되는 등 북쪽에 가까울수록 오물풍선 발견이 잦았다.

심지어 오전 10시 20분쯤 경기도 안산의 주택가에선 주차돼 있던 차량에 오물풍선이 떨어져 앞유리가 깨지는 피해도 발생했다. 다행히 차량에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았다.

대구경북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부터 예천 보문면 한 골프장을 비롯해 안동과 문경의 밭, 영양의 민가 뒷마당 등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오물풍선과 잔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1시간 뒤쯤부터는 영천과 경주, 포항 등 경북 동남부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

풍선 내용물이 지난번처럼 담배꽁초, 폐지, 천조각, 비닐 등 오물이었지만 북한이 비대칭 전력에 집착하는 만큼 국민은 생화학 공격 등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예천의 한 주민은 "오물에 어떤 해로운 균이 들어 있을지, 풍선에 폭탄이 담겼을지 누가 알겠느냐"며 "아직 인명 피해가 없다지만 수백 개 중 하나라도 위해물질 등이 담겨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행여 바람에 그런 게 날려올까 창문도 못 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이 불안에 떨자 정부와 여당은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서북도서 일대 GPS 전파 교란 행위를 규탄하는 한편 국방부, 경찰 등과 함께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북한이 또다시 국제사회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저열한 수준의 도발을 자행했다"며 "정부는 국민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침착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회가 소집된 것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5개월여 만이며,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통령실 차원의 대응 논의는 처음이다.

군도" 대북 확성기 재개와 관련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됐다. 40여 년간 이어가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 군사합의로 중단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천안함 피격 도발(2010년)과 지뢰 도발(2015년),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이 강력한 도발을 감행할 때 일시 재개됐다.

북한에서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오물 풍선. 영천경찰서 제공
북한에서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오물 풍선. 영천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