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2차전지 위기?…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 지속

입력 2024-05-15 09:43:51 수정 2024-05-16 10:17:42

1분기 20%대 성장…최태원 SK회장 "지속 성장"
K배터리 3사 선제적 투자·연구개발 성과 기대감↑

LG에너지솔루션 미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미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연합뉴스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명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이론을 적용한 위기론이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규모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4%, 22% 성장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2017년 이후로 각각 연평균 45%, 51%씩 초고속 성장을 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축소가 아닌 속도 조절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자릿 수 규모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대 성장률은 최근 성장하는 AI(인공지능) 시장의 성장률과도 유사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AI 시장이 지난해 459억달러에서 2027년 1천253억달러로 연평균 22.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중장기 성장 흐름이 유효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제품 수용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인 기술수용모형을 보면 캐즘 이후 전체 시장에서 64%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수요가 발생한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에 따라 전기차 대중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31개 국가에서 순수 전기차 신차 판매 비율이 5%를 웃돌았다. 일각에서는 캐즘 위기론에 빠진 현 국면에서 벗어나 향후 전기차 대중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며 "어렵지만 우리는 한 마리 토끼가 아닌 최소 대여섯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그동안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한 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투자 규모는 총 23조원을 웃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당초 밝힌 10조원에서 소폭 줄일 방침이기는 하지만, SK온과 삼성SDI가 각각 7조5천억원과 6조원 안팎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도 3사 합산 투자 규모는 2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선제적 해외 시장 공략에 따른 결과물이 나타날 1∼2년 후를 주목해야 한다"며 "그동안 건설해온 배터리 공장들이 속속 완공되고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신차 출시가 속도를 내면 수요가 팽창되는 등 시장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