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칼럼] 특검 공화국, ‘삼겹살 특검’도 하자

입력 2024-05-05 13:58:01 수정 2024-05-05 18:02:37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삼겹살은 죄가 없다. 최근 제주도 서귀포의 한 유명 식당에서 발생한 삼겹살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대구에서도 비계가 대부분인 삼겹살을 먹었다는 소비자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삼겹살 논란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삼겹살의 비계 함량이 전국적인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올 초 인천의 한 기초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답례품으로 제공한 삼겹살이 비곗덩어리였다는 고발로 촉발된 삼겹살의 비계 함량 문제는 급기야 정부가 1월 삼겹살의 지방 함량 권고기준을 담은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뉴얼을 통해 시중에 판매하는 '삼겹살은 1㎝ 이하, 오겹살은 1.5㎝ 이하의 지방만 남기고 제거할 것'을 권고했다. '오겹살'은 제주 흑돼지 등 지방층이 얇아 껍질까지 포함된 삼겹살을 말한다.

삼겹살 논란이 불거지면서 급기야 제주도 관광 불매 움직임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음식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부서에서 지도·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제주도의) 식문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오 지사의 식문화 차이 운운 해명에 대해서는 "제주도는 비계만 먹는 게 문화냐"는 등의 날 선 비판이 쇄도하는 등 역풍도 일었다. 물론 소비자마다 지방 함량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 지방 함량이 많은 삼겹살을 '풍미삼겹'이라며 오히려 찾기도 하고, 중간 함량 정도를 '꽃삼겹', 지방이 적은 부위는 '웰빙삼겹'이라며 판매하는 마트도 있다.

웬 뜬금없는 삼겹살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삼겹살 문제라면 국회 과반 의석을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입법 독주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회복 차원에서 '삼겹살 특검법'을 발의, 비계 함량에 대한 중립적 선호도를 가진 '특검' 후보를 선정해서 대대적인 특검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어서다.

삼겹살은 소고기, 치킨, 커피 등과 함께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5대 식품 중 하나다. 그러니 국회에서 삼겹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계양을 선거운동을 마치고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고기를 먹으면서 "삼겹살이 입에 살살 녹는다"며 자랑한 바가 있다. 입에 녹을 정도의 삼겹살 비계 함량은 어느 정도였는지 이 대표도 잘 알 것 아닌가.

삼겹살은 보수·진보라는 진영에 따라 비계 선호가 다른 정치적 쟁점이 아니기 때문에 여야가 기꺼이 특검 발의에 찬성할 폭발성 있는 '민생'이다.

특검이 고위공직자를 대하듯 공정하게 삼겹살을 수사한다면 삼겹살 논란은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삼겹살의 비계 함량이 축산농가에서 비롯된 것인지, 도축업자나 판매상의 문제인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문제인지, 아니면 소비자의 선호도나 제주도 등의 식문화 차이인지 분명하게 가려지게 될 것이다.

삼겹살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이나 '채 상병 특검법'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특검법과 달리 여야가 합의하는 특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참에 정치든 민생이든 모든 문제를 '특검으로 해결하자'는 '특검 만능주의'에 빠진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법안을 제정, 출범 후 세금 먹는 하마가 돼 버린 공수처 폐지에 나서 주길 바란다. 공수처만 만들면 검찰 개혁이 완성될 것처럼 호도하면서 밀어붙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민주당의 대국민 사과도 있어야겠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불신하고 일만 터지면 특검법을 발의하는 '특검 공화국'이 될 모양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