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협상 재개 신경전…가자지구 교전 격화

입력 2024-04-01 15:28:51

이 "알아크사 병원 공습해 테러범 제거"…무장대원 사살도 계속
쇼핑몰·버스정류장서 이스라엘인 겨냥 잇단 칼부림 사건
하마스 "협상장 나가지 않을 것"…이 "다음 주 협상 재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세네트(의회) 건물 인근에서 개전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퇴와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세네트(의회) 건물 인근에서 개전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퇴와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상 재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가자지구를 둘러싼 충돌은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77명이 사망했다. 아울러 전쟁이 길어지자 이스라엘 국내도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퇴 등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공격, 팔레스타인인 77명 사망

지난달 31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알아크사 병원을 공습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고위직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병원 일대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단체의 지휘소와 테러범을 정밀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자들과 하마스 측은 이번 공습으로 알아크사 병원 내부의 텐트 여러 곳이 공격받아 4명이 사망하고 5명의 언론인을 포함, 부상자가 여럿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함께 가자지구 중부에서 총으로 무장한 1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남부 칸 유니스에서도 무장 대원 여러 명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하마스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총 77명인 것으로 집계했다.

주말 사이 이스라엘인을 겨냥한 칼부림 사건도 잇따랐다. 31일 이스라엘 동부 간 야브네의 한 쇼핑몰에서는 10대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인이 흉기를 휘둘러 3명이 다쳤다.

또 같은 날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는 한 아랍인이 흉기로 군인 3명을 공격한 뒤 이들 군인 중 한 명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이날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 휴전 협상을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계속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다음 주에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하마스 관계자는 "새로운 협상에 하마스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징후나 결정이 하마스 내에 아직 없다"며 반박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세네트(의회) 건물 인근에서 개전 후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퇴와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세네트(의회) 건물 인근에서 개전 후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퇴와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시민들 "네타냐후 총리 사퇴" 시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길어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퇴와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를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1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네타냐후 정부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하마스를 뿌리 뽑지도 못하고 100여명의 인질도 데려오지 못하는 상태로 6개월 가까이 전쟁을 이어가는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여기에 초정통파 유대교도 청년들의 병역 면제를 두둔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도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일부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인 야이르 네타냐후가 개전 후 6개월째 귀국하지 않고 미국 마이애미에 머무는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주요 도로를 봉쇄한 채 깃발을 손에 들고 "즉각 조기 총선을 치르라"고 소리쳤다. 시위에 참여한 누릿 로빈슨(74) 씨는 "이 정부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들은 우리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분노했다.

인질 가족들도 정부 성토 대열에 합세했다. 친척이 인질로 잡혀갔다는 아이나브 모세 씨는 "6개월이 지나고서도 네타냐후가 장애물이라는 것을 정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네타냐후가 인질 구출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 역시 인질 구출 임무에 실패했다"고 개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중인 지금 총선을 치르면 정부와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마비될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예루살렘 의회 앞에 모인 시위대는 인근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며 앞으로 나흘간 연속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