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이상 징후'…루비오 국무장관 8, 9일 방한 취소

입력 2025-07-03 17:23:18 수정 2025-07-03 20:18:54

이재명 정부 출범 후 美 첫 고위급 만남 무산
축하 전화도 4일째, 한미 정상회담도 기약 없어
트럼프 대통령, 이 대통령 공식 언급 안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와야 타케시 일본 외무성 장관을 만난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루비오 장관은 3일 방한 닷새를 앞두고 취소했다.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와야 타케시 일본 외무성 장관을 만난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루비오 장관은 3일 방한 닷새를 앞두고 취소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만에 동맹국 미국과의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조차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동맹국 한국을 대하는 기류에 변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한번도 이재명 대통령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적이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내주 방한 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당초 루비오 장관은 이달 8~9일 방한해 이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한국 정부와 일정을 조율해왔다.

국무부는 방한 닷새를 앞두고 한국 정부에 현지 정세 등을 이유로 방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미 고위급 인사의 방한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만 예정대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루비오 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해 왔으나, 미국 내 사정상 조만간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는 고위급 인사 교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미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늦어지는 가운데, 루비오 장관의 방한 일정까지 전격 취소되면서 외교가에선 "한미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구체적 일정에 대한 얘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양측이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도 루비오 장관의 방한 일정과는 별개로 한미 정상회담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9월 유엔 총회 등까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연방정부의 경우 7월 말부터 8월까지 직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 업무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오는 9월 3일 전승절에 이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2일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여부와 관련해 중국과 소통 중에 있다"며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야당도 현 정부의 대미 관계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정상회담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전승절 참석을 검토한다는 건 외교의 기본 순서조차 무시한 잘못된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전승절은 사회주의 진영의 무력 과시이자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공개적 견제 선언"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이 확정된 가운데 한국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 선다면, 한미동맹과 자유동맹 진영에서 이탈하는 듯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공개석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화해 제스처(좋은 친구)를 보내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