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선량 뽑는 '4·10 총선', 李-韓 대선 전초전 변질

입력 2024-03-28 20:14:38 수정 2024-03-28 22:00:42

대한민국 입법부 향후 4년 청사진 실종
한동훈·이재명 인기에 영합 경제·안보 위기 아랑곳 않고
진영 결속 행보 혐오의 정치…국회의원 선거 본의미 잃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인천 계양역에서 출근 인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 왼쪽)/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윤희숙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인천 계양역에서 출근 인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 왼쪽)/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윤희숙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선량(選良)을 뽑는 선거 경쟁임에도 불구, 실제로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세력 각축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대표되는 거대 양당의 차기 대권 유력주자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극명하게 노출하면서 국회의원 선거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입법부의 향후 4년 청사진 제시는 온데 간 데 없고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의 격한 말싸움만 가열되면서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상대 진영의 반감을 무한정 확대 생산하는 방법으로 자기 진영의 결속만을 노리는 행보를 하면서 정책선거는 실종됐고 이번 총선이 사실상 두 대표의 인기투표 분위기로 쏠려가는 중이다.

총선 결과가 두 당은 물론,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의 정치운명을 결정짓는 만큼 대선 유세장이 된 듯 두 대표는 진흙탕 싸움을 펼치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경쟁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은 핵위협을 일삼는 북한과의 안보문제, 전쟁중인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에서의 급박한 국제 정세 파고를 헤쳐갈 정책제시로 국민의 불안과 걱정을 덜어줄 생각은 않고 정제되지 않은 막말성 발언에다 선심성 매표정책 제시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들의 근심이 큰 의료 공백사태와 고물가 등 국내 상황 역시 위급한데 이 대표와 한위원장은 이러한 내치에 대한 책임성 구현과도 거리가 먼 언사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동네 정치인보다 못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질타를 내놓고 있으며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총선을 주권자가 '죽고 사는 문제'(안보)와 '먹고 사는 문제'(경제)에 대한 공당의 해법을 확인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 4선 출신의 한 원로 정치인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표로 연결할 궁리만 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되고 있는 의정갈등은 정파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때렸다.

양당이 상대 진영 흠집 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이재명·한동훈 두 지도자의 발언과 일거수일투족만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탓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들의 개인기만 부각되고 있는 선거"라고 털어놓은 뒤 "사생결단식 대결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막말과 저주는 정치불신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의 한 원로 정치인은 "나라와 국제 정세가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인데 이재명, 한동훈 두 사람은 주제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게 많은 유권자들의 평가"라며 "정당의 대표로서 정당정치를 이끌어가는 위치라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위상보다는 국가의 백년대계와 국민의 복리를 먼저 생각해야하는데 지금 두 사람은 이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