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역사상 2번째 큰 화재…핵무기 공장은 다시 정상 가동
휴스턴총영사관 "한인들 많이 사는 지역은 아냐…피해시 지원 방침"
미국 텍사스주 서북부 팬핸들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사흘째 계속 확산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인이나 한인 동포들의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28일(현지시간) 텍사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팬핸들 지역의 각기 떨어진 4곳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스모크하우스 크리크' 산불은 지난 26일 발화 이래 총 85만에이커(3천440㎢)를 태웠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이 산불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피해 면적이 50만에이커(2천23㎢)로 보고됐으나, 몇 시간 만에 피해 지역이 크게 늘었다.
이 산불은 텍사스주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화재로 기록됐다.
불이 난 이후 사흘이 지나도록 불길이 잘 잡히지 않아 현재 진압률이 3%에 불과하다.
인근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산불 '윈디 듀스'도 9만에이커(364㎢), '그레이프 바인 크리크' 산불도 3만에이커(121㎢)를 각각 태웠다. 두 화재의 진압률은 각각 25%, 60%다.
이들 산불은 민가가 있는 인근의 시골마을까지 번졌고, 당국은 헴필 카운티와 로버츠 카운티, 보거 타운 일부에 대피령 또는 대피 권고를 내렸다.
이들 지역 가운데 헴필 카운티에 있는 인구 2천여명의 마을 캐나디언에 특히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헴필 카운티의 당국자는 캐나디언 일대에서 주택 약 40채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캐나디언 시장인 테릴 바틀렛은 CNN 인터뷰에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다만 집들이 꽤 많이 불탔다"고 말했다.
스모크하우스 크리크 산불 현장과 가까운 보거 지역 주민 애드리아나 힐(28)은 "보거 주변은 마치 불길의 고리(ring) 같았다"며 "4개의 주요 도로가 모두 폐쇄돼 빠져나갈 길이 없었는데, 다행히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어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AP에 말했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현재 화재 피해 지역인 헴필 카운티와 허친슨 카운티 등의 3천여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가 끊긴 상태다.
이번 산불과 관련해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나 한인 동포들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휴스턴총영사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지 한인회에 확인한 결과, 한인 피해가 보고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원래 인구가 적은 곳이고, 한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과는 많이 떨어진 지역이라고 총영사관은 설명했다.
총영사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화재에 관해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 공지를 올렸으며 향후 한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긴급 식량이나 구호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방 당국은 강한 바람과 마른 풀,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 등의 요인이 불길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재 초기 최대 시속 72∼113km의 돌풍이 불면서 오클라호마주까지 화재가 번졌다가 다시 바람의 방향이 남쪽으로 바뀌면서 당국을 긴장시켰다.
다만 전날 저녁 한랭전선이 지나간 뒤 바람이 다소 진정됐다고 텍사스 애머릴로 지방 기상청은 전했다.
전날 밤에는 화재 지역의 남쪽에 있는 미 국가핵안보국(NNSA)의 팬텍스 공장이 화재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가동을 중단하고 문을 닫았으나, 이날 오전부터는 다시 가동되고 있다. 이 공장은 핵무기 해체를 주로 하는 곳이다.
팬텍스 측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수요일(28일)에는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날 산불 지역 인근 60개 카운티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화재 진압을 위한 인력과 장비가 신속히 지원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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