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미국 송환' 결정…"징역 100년형 가능"

입력 2024-02-22 09:30:52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연합뉴스

가상자산(암호화폐)'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포베다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권 씨의 송환 결정이 나온 것은 그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이다. 도피 기간으로 따지면 22개월 만이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 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 직접 결정하라고 명령했다.

일반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 결정 주체가 돼야 하지만 권 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 절차에 동의한 이상 법원이 결정 주체라고 판단한 것이다.

권 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도 법률적인 근거를 들어 송환국을 결정하는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 아닌 법원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로디치 변호사는 그러면서 권 씨가 법적으론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원이 순수하게 법률에 근거해 송환국을 결정한다면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권 씨가 미국에 인도된다면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유죄평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3월 선고공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권씨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