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지난해 11월,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 임기가 끝난 가운데 후임자는 100일 넘게 공석(空席)이다. 국립극단이 예술감독제가 도입된 시기부터 재단 법인화로 서울 용산구 서계동 시대를 열게 된 현재까지 공백 사태가 이렇게 길어진 적은 없었다. 국립극장 산하 장충동 시대를 끝내고 단원 전속제를 폐지하면서 서계동으로 이전한 것은 윤석열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돌아온 MB정권 시절 유인촌 장관이었다. 국립극단이 장충동 시대로 리턴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학로 통신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유 장관과 극단 유시어터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한 여성 연출가의 내정이 물밑에서 이루어졌다는 설이 돌았다. 문재인 정부 지지 서명으로 최종에서 용산발로 불발되었다는 것이다.
편향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한 해 130억원이 투입되는 국립극단은 2010년도 재단 법인화 서계동 시대 예술감독 체제에서 일부 예술감독의 편향 논란에 휩싸였는데, 블랙리스트 검열 사태를 겪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조롱을 연상케 하는 작품 '개구리'로 연출자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래저래 몸살을 앓아온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앞으로 누가 될지에 대해 연극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품 편향 논란과 블랙리스트 사태, 복합문화공간까지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예술감독이 누가 될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동안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공공 극단으로 전속 단원제와 시즌 단원제 확대, 질적인 공연과 작품 개발, 창작극 개발, 신진 작가 및 연출가들의 육성과 레퍼토리 작품의 부재, 과도한 번역극 작품 위주의 공연, 행정과 예술감독의 역할 분리, 국립 아동·청소년 극단의 설치 등 지속해서 제기해온 문제들에 대해 신임 예술감독이 숙제를 보완해 나갈지 연극계 관심은 서계동으로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신임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의 시스템과 공공 극단의 역할과 구조에 신선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 내정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혁신의 출발은 강력한 변화의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연극계를 통합해 체질 구조를 고칠 수 있는 예술감독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국립극단은 연극 현장 예술가들과 거리감이 있었다. 예술감독의 시선에 따라 일부 신진, 중견 연극연출가가 특혜를 받아온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고 이때마다 작품성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민간극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예산을 투여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앞으로 국립극단은 연출 선정부터 균형 있는 작품 선정과 예술가의 작품과 인적 구성의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사진 구성, 외부위원, 심의와 절차를 주도하는 전문가까지 정부의 문화정책안에서 정확한 국립극단의 진단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내외부 인사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한 연극연출가는 "과도한 예산을 투여한 작품인데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 국립극단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유 장관은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체질 개선과 지원금 지원 방식의 전환, 책임심의관제, (가칭)문화예술복합관리센터 등 문화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국립극단 체질 개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검열과 편향 논란을 중화(中和)시킬 수 있는 예술감독이 선임돼야 한다. 유 장관의 예술감독 인사와 문화정책이 성공할수 있는 첫 숙제가 국립극단인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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