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시중은행 다음은 디지털은행…10년 내 이룰 것"

입력 2024-02-13 17:08:15 수정 2024-02-13 21:06:59

상품, 조직 운영 체계, 시스템 모두 온·오프라인 분리
당분간 iM뱅크·대구은행 병행, 1호 진출지는 충청도

황병우 대구은행장. 대구은행 제공
황병우 대구은행장. 대구은행 제공

32년 만에 새 시중은행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가 본격화하면서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절차·방식을 발표하자 대구은행은 지난 7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앞두고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만난 황병우(57) 대구은행장은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다는 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하지만, 다윗의 전략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 대구은행이 미꾸라지 사이에서 메기가 되느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은행 간 '체급' 차이는 대구은행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부터 대구은행을 이끈 황 행장의 시선은 시중은행을 넘어 '완전한 디지털 은행'을 향해 있었다. 그는 "10년 안에는 완전한 디지털 은행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적어도 5년, 길게는 10년 동안 디지털 부문 강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디지털 역량 강화다. 디지털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걸 얼마나 빠르게 키워가느냐가 과제다. 상품과 조직 운영체계, 시스템을 모두 온·오프라인으로 분리할 생각이다. 지금은 오프라인에 있는 상품이나 시스템을 디지털로 옮겨 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 중심인 기존 체계를 완전히 고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첫 번째는 '인증'이다.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본인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도 온·오프라인을 구분해 수립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연령대가 높은 고객 등이 더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디지털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중소기업도 방문 없이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 금융사들이 정보통신(IT) 분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해당 전공자 채용을 확대하는 등 여러 시도에 나서는 추세다. 대구은행에도 변화가 있을까?

▶대구은행 안에 디지털 은행과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기존 은행, 2개 은행이 있다는 생각으로 운영을 이원화하려 한다. 특히 IT 쪽은 국내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IT 회사처럼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과 디지털을 분리하면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디지털 은행으로의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일단 디지털과 가까운 부분부터 바꾸고 나머지도 서서히 바꾸겠다. 과거에는 일반 은행원이 많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분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조직 차원에서도 디지털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전환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 사명 변화, 신규 진출 지역을 포함해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변화에 관심이 높다. 앞으로의 대구은행 역할을 어떻게 정립하고 있는지?

▶ 사람이 살다 보면 환경 변화에 맞게 별명도 생기고 호(號)도 생긴다. 은행도 디지털 환경에 맞춰 이름, 호를 하나 더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서서히 준비해 온 게 'iM뱅크(아이엠뱅크)'이다. 당분간은 아이엠뱅크와 대구은행을 병행해서 쓰게 될 예정이다. 대구경북에서는 로열티가 강한 대구은행 중심으로 쓰면서 부수적으로 아이엠뱅크를 사용하고, 외부에서는 주로 아이엠뱅크를 쓰면서 대구은행을 부수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가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또 다른 결정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시중은행 전환 이후 먼저 진출할 지역은 충청도이다. 충청권에 자원과 기업, 청년들이 몰리고 있으니 은행도 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와 국민에도 이바지해야 한다. 지역적으로는 대구은행 혜택을 받지 못하고 금융 소외지역이라 할 만한 강원도 등으로 서서히 확장하면서, 질적으로는 소외받는 중소기업과 서민층 등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영업구역을 넓혀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