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경산시 행정구역 통합 실현 가능성, 있나 없나?

입력 2024-01-21 16:04:09 수정 2024-01-21 19:12:43

도시철도 시대 개막되면 영천, 경산은 사실상 단일 생활권으로 묶여 통합논의 점화는 시간 문제
합쳐야 산다는 것이 시대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주민들도 많아…시민 공감대 확신이 관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올 연말 운영 예정인 하양대구가톨릭대역사에서 영천 방면으로 바라 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올 연말 운영 예정인 하양대구가톨릭대역사에서 영천 방면으로 바라 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영천(금호) 연장사업의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계기로 영천시와 경산시간 행정구역 통합 문제가 지역사회 여론층을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두 지역간 생활권이 한층 밀접해지기 때문이다.

그간 우수한 교통 인프라 구축과 접근성 향상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유발하며 광역경제권 구축 및 행정구역 통합으로 귀결된 사례가 적지 않다. 경남 창원·마산·진해시 3개 지자체의 창원시 통합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수도권 서울시와 김포시를 비롯해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 경기 수원·화성·오산시, 충남 금산군과 대전시,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경남 통영군과 고성군 등에서 통합 문제가 화두로 거론되며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때문에 아직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상태지만 도시철도 시대가 도래하면 영천시와 경산시의 행정구역 통합 문제도 언제든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통합 논의 점화는 시간문제

영천시와 경산시의 행정구역 통합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영천시 금호읍 및 대창·청통·신녕면 일원과 경산시 하양읍 및 진량면 일원은 예전부터 공동생활권을 유지하며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하지만 도심을 비롯한 나머지 읍면동 지역은 엄연히 행정구역이 다른 지자체란 시민 인식이 우세하다.

하지만 본격적 도시철도 시대가 개막되면 두 지자체는 사실상 단일 생활권으로 묶여져 이런 인식은 상당히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행정구역 통합이 성사되고 추후 대구시로의 편입 요구가 더해지면 경북도의 반발을 살 만큼의 파급력을 가질 것이란 평가다.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은 물론 지역 발전과 복지서비스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두 지자체는 선거구 개편안 대상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영천·청도와 경산으로 나눠진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구당 인구편차 허용범위인 13만6천600명~27만3천200명에 맞춰 경산갑·영천, 경산을·청도의 방식으로 나누자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서로 다른 통합 셈범

도시철도 시대를 앞두고 영천지역 여론층에선 두 지자체의 통합 문제는 언젠가는 짚어보고 풀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던진 광역 메가시티론과 지방소멸시대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통합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1973년 당시 영천시 인구는 19만2천명, 경산시는 17만5천명이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영천시 인구는 10만212명, 경산은 26만6천205명으로 크게 역전됐다.

영천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갈수록 위축되는 지역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영천시가 경산시와의 통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했다.

이에 반해 경산 시민들은 "영천과의 통합은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은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선거 때마다 경산의 대구 편입 공약은 있었지만 경산과 영천의 통합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경산시의회 박순득 의장(하양읍·와촌면)은 "하양권 주민들 내에서도 대구 편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영천과의 통합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경산시 한 고위 간부도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대구시에 통합되는 것을 원하는 시민들은 있지만, 영천과의 통합을 바라는 시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 지지체의 통합 공론화를 위해선 ▷행정 효율, 지역경제 활성화, 지자체 위상 강화 등 긍정적 측면과 ▷지역공동체 해체, 지역간 갈등 심화, 주민참여 위축 등 부정적 측면을 면밀히 조사 검토하고 논의한 후 필요성을 여론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도시철도 하양~영천 연장사업 통과를 계기로 두 지자체간 통합 문제는 심사숙고해 볼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묶기 힘든 것처럼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밀한 분석을 통해 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알리고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