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홀로 맡던 암 전문의 돌연 사직에 환자들만 발동동

입력 2025-08-13 21:28:56

동국대경주병원 암 전문의 사직 2일전 통보…경주시·병원 전원 지원 총력
의사 인력난·수도권 쏠림 여전…재발 방지 대책 필요

동국대경주병원 전경.
동국대경주병원 전경.

경북 경주 동국대경주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200여명의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담당 교수(전문의)의 사직으로 진료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불안에 떨고 있다.

13일 경주시와 동국대 경주병원에 따르면 이 전문의는 지난달 28일 병원에 이틀 후인 30일까지만 근무를 한다고 했다. 이에 병원측은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받던 환자 200여명에 30일 이후 진료 중단을 알렸다.

이 전문의는 지난해 동료 의사가 사직한 이후 홀로 200여 명의 외래 환자를 진료해왔으며, 지난 6월 한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 측은 올해 1월부터 후임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문제는 이 같은 일방적인 진료 중단 통보로 인해 환자들이 적절한 대처를 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던 암 환자들의 경우 치료의 연속성이 중요해 전원과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당장 받아주는 곳이 없어 속을 태웠다.

이 사태 발생 직후 시 보건소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민원이 빗발쳐 보건소에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 전문의 퇴사 시점에는 6명의 입원 환자가 남아 있었다. 병원 측은 이들 중 3명은 포항 등 인근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거나 자택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3명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외래환자들에게는 문자나 전화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이번 동국대경주병원 전문의 1명의 퇴사에도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 전체가 휘청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앞으로도 지역병원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병원은 지난달 보건복지부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 선정된 전국 175개 병원 중 한 곳이데도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포괄 2차 종합병원'은 비수도권 환자들이 서울 시내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않아도 지역 내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역 종합병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3년간 총 2조100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의사의 진료 중단이 법적 처분이나 고발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복지부와도 협의했지만, 처벌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