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지표 전반 하락, 지역 대학 '질 중심' 전략 전환
실습형 교육·산업 연계로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 구축
지역 대학의 창업 열기가 식고 있다. 대구권 대학들에서 창업자·강좌·참여 인원이 모두 감소하며, 대학생 창업이 양적 정점을 지나 질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숫자 회복보다 기술·매출·고용 등 질적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업의 온도' 내려간 대구권 대학…강의 줄고 운영비 급감
13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권 7곳 대학(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의 대학생 창업자는 모두 13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47명에서 7.5% 감소한 수치다.
대학별로는 같은 기간 영남대가 62명에서 58명으로, 계명대는 41명에서 21명으로, 대구대는 9명에서 3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창업강좌와 그 이수자도 줄었다. 지난해 대구권 대학의 창업강좌는 423개로, 전년 454개보다 6.8% 줄었다. 같은 기간 창업강좌 이수자 수도 2만2천51명에서 2만1천285명으로 3.5% 감소했다.
특히 대구대와 대구한의대는 최근 3년간 창업강좌가 연속 감소했다. 2022~2024년 사이 대구대는 60→39→20개로, 대구한의대는 124→120→108개로 각각 축소됐다.
창업 교육 지출 감소도 두드러졌다. 2023년 71억1천만원이던 대구권 대학의 창업 교육 운영비는 2024년 46억원으로 35.2% 줄었다.
창업 관련 경진대회와 캠프, 동아리 등 실습 기반 프로그램 참여 인원도 감소했다. 경진대회 참여 인원은 2023년 대비 16.5% 줄었고, 캠프는 3.2% 감소했다. 동아리 참여 인원도 감소세를 보였다.
대구대 관계자는 "2023년까지는 창업동아리 활동을 통해 창업 달성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부터는 학생 창업기업의 생존과 성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목적을 재설정했다. 단순히 참여 인원을 늘리기보다 지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창업강좌 상당 부분을 담당하던 산학협력 교수의 퇴직이 영향을 미쳤다. 이를 보완하고자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강좌를 개발하고, 창업학기제를 신설해 집중적인 창업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창업 쉽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려워
창업 지표 하락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대학생 창업기업은 2022년 1천578개에서 2023년 1천951개로 급증했으나, 지난해 1천825개로 감소하며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3년 평균으로 보면 상승 흐름이지만, 2023년 대비 6.5% 감소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창업의 질적 문제가 제기된다. 매출이 없는 '스펙용'으로 창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창업자가 있는 대학 145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8곳(46.9%)의 매출액이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창업자 1명당 평균 매출액은 878만원에 그쳤다. 창업은 했지만, 실제 영업 활동이나 매출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력용 창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준비도 부족한 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2022년)에 따르면, 29세 이하 청년 창업자의 평균 준비 기간은 약 6.7개월로, 전 연령 평균(약 10개월)보다 3개월 이상 짧았다. 또한 창업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청년 창업자는 6.7%(전체 평균 18.8%)에 불과했다. 이처럼 준비 부족과 사전 학습의 미흡은 창업 이후 사업 지속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창업 이후의 현실은 더 냉혹하다. 지난해 전국 일반대학 학생 창업자는 1천997명으로, 이들의 고용 인원은 631명에 그쳤다. 창업자 1명당 0.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대표자 1인이 활동하고, 추가 고용은 거의 없는 구조다. 실질적 창업 성과로 보기엔 한계가 뚜렷한 셈이다.
특히 지역 대학은 수도권보다 창업 기반이 전반적으로 열세다. 지난해 대학생 창업자 수 상위 10곳 대학 중 대구경북 소재 대학은 영남대(58명·6위)가 유일했다. 나머지 9개 대학은 모두 수도권으로, 서울(7곳)과 경기(1곳), 인천(1곳) 등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창업의 질적 성장과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창업자나 창업 교육 이수자를 늘리는 것보다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중요하다"며 "고용과 매출액, 그리고 기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술성숙도가 곧 창업 경쟁력"이라며 "양적 확산보다는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특화된 지역 산업과 연계한 창업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지원 정책의 질적 전환과 지역 특화전략 필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전문가들은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부터 창업중심대학 제도를 운영 중이며, 전국 9곳 대학을 지정했다.
대구대는 대구·경북권에서 유일하게 창업중심대학으로 선정돼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총장 직속의 창업지원단을 설치하고, 산하에 창업전략기획센터와 청년창업지원센터, 창업성장지원센터 등으로 세분화한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속 가능한 창업을 위한 정책도 절실하다. 창업 초기(1~3년) 단계에 ▷마케팅 자금 지원 ▷공공 조달 연계 ▷사회보험료 보조 ▷세금 감면 등의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단기 실적에 몰두하다 조기 폐업하는 창업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무 중심의 창업 교육도 확대돼야 한다. 지난해 대구권 대학 7곳의 전체 창업강좌 423개 중 이론형은 314개(74.2%)이고, 실습형은 109개(25.8%)였다. 창업 강좌는 많은 편이지만, 교육 내용은 여전히 창업 입문에 치우쳐 있어 법률과 세무, IR(투자 유치 발표), 마케팅 등 실전형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은 의료기기와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지역 산업이 발달한 만큼, 이들과 연계한 특화 기술 창업 모델 개발도 요구된다. 산학 연계 프로젝트와 오픈이노베이션(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활용해 실질적인 창업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역 투자 생태계의 활성화도 과제로 지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초 지방 창업 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1조9천억원 규모의 지역 모태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지역 창업기업에 대한 엔젤투자 확대, IR(투자 설명회) 정례화, 크라우드펀딩 연계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대건 계명대 창업지원단 부단장은 "이론 위주의 창업 교육은 한계가 있다"며 "창업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실습형 창업 교육을 도입하고 기초·실천·심화·문제 해결의 4단계 체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업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매출, 고용, 기술성과 같은 질적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문 간 융합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부단장은 "여러 전공 학생이 협업하는 구조를 통해 창업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며 "회계와 재무, 마케팅, 인허가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 역량을 한 팀 안에서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창업을 위해 양적 확산에서 질적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실습형 교육과 융합, 산업 연계 지원을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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