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청룡의 해' 2024년 한국경제, 용이 되나 이무기로 주저앉나

입력 2024-01-01 18:07:52 수정 2024-01-02 09:02:52

금리 인하, 약달러 전환…청룡 기운 품고 '승천'
물가 연말에 목표치 2% 근접할 듯…전문가들 하반기 인하에 무게 실어
기준금리 상반기 3.5% 유지, 하반기 하락 전환 전망
美도 하향 전망…11월 대선이 변수
하반기 달러 약화… 증시는 반도체 중심 개선 기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새해 벽두부터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하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블록화, 공급망 단절 등 장기침체 우려와 금리 인하 가능성과 수출을 중심으로 온기가 돌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어서다.

다행히 한국 기준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기준금리의 하락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빠르면 상반기부터 3, 4차례에 걸쳐 인하할 거란 전망이다. 0.25%포인트(p)씩 1%p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올해 우리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주요변수인 금리와 환율을 전망해 본다.

◆ 한국은행,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한국 기준금리는 3.50%를 가리키고 있다. 2008년 11월 4.00%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20~2021년 0%대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는 2022년부터 매섭게 올라 2023년 1월 3.50% 시대를 열었다. 분위기는 연말에 이르러 달라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연중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까지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하자 정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2024년 하반기 금리 인하 국면을 맞을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준금리가 상반기까지 현 긴축 수준(3.5%)을 유지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물가 위험 잔존, 가계부채 재증가 부담으로 인해서다. 금리 인하는 내외금리차 확대 부담 등을 고려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전환을 확인한 이후 후행적으로 단행할 거라 봤다.

사실 한국은행은 이미 힌트를 줬다.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결과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올해 말로 갈수록 2% 부근에 근접해갈 거란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인 전망치는 2024년 상반기 3.0%(근원물가 2.6%), 하반기 2.3%(2.1%), 2025년 2.1%(2.0%)로 제시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가까워지는 하반기면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가능할 거란 예상을 낳는 대목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4개 IB(투자은행) 보고서를 종합하면 한은 스탠스를 '덜 매파적'으로 해석해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2분기부터 당해 10월 사이로 의견이 나뉘었다"고 설명하면서 연말 금리 전망치를 3.00%로 제시했다.

◆ 연말 금리 "2.75%" VS "3.00%"

한국은행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금리를 2024년 2.75%, 2025년 2.50%까지 내릴 거란 전망도 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p다. 미 연준은 지난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경제전망 보고서에 포함한 금리 전망 점도표에서 연준은 2024년 금리 목표를 4.6%(4.5~4.75%)로 전망했다. 지금보다 0.75%p 낮은 수준이다.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금리를 인하하는 게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관측이 나오면서 연준 부담이 커질 거란 해석이다.

하반기 들어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2분기(4∼6월)로 예상했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커진 점도 한은으로선 고민거리다.

최창윤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정연준 신한투자증권 대구금융센터장은 "미국은 물가가 잡히고 경기 뒷받침이 된다고 생각하니 금리를 내리겠다는 건데 한국은 이와 달리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 '킹달러'는 그만, 하반기 약세 전환

산업계도 금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통상 국내 금리가 하락하면 환율이 올라 수출입 여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2023년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1월 말 1천231.90원에서 출발해 10월 말 1천350.50원까지 상승했다가 11월 말 1천290원으로 하락했다. 미국에서도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이어진 탓이다.

시장에서는 새해 미국 금리 인하와 함께 킹달러 시대가 저물 거란 기대감이 형성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달러 강세가 이어지다 하반기로 갈수록 달러 가치가 약화할 거라 본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024년 경제환경 전망'에서 중동 분쟁 확산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지속할 거라 내다봤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1973.3=100) 평균 전망치는 오는 6월 102.0, 12월 98.7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기준 달러지수는 106.7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은 '2024년 경제전망' 리포트에서 킹달러 재현 가능성은 작지만 달러 강세 분위기가 완만하게 이어지다 하반기 들어 달러 약세 흐름이 점진적으로 강해질 거라 봤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현상이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며 하락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1천300원 초반 대에서 등락을 지속하다 미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해질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할 거라 예상한다"고 했다.

◆ 주식시장은 '반도체 사이클' 주목

금리가 떨어지면 주식시장은 활기를 띠기 마련이다. 자금이 예금기관에서 투자 수단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2024년 국내 증시 흐름을 두고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거란 '상저하고'와 상반기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상고하저' 관측이 엇갈린다.

미국 대선과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주가 상승세를 예측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인한 랠리(증시 강세 전환)가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하반기에는 상승 모멘텀(동력)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주요 증권사는 코스피 밴드를 하단 1900~2350, 상단 2500~2950 수준으로 전망했다. 2023년 코스피 최저점은 2180.67(1월 3일), 최고점은 2668.21(8월 1일)이었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2024년 국내 주식시장 여건 전망 및 평가' 보고서에서 주가는 대체로 양호한 움직임을 보이나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2023년 4분기 반등세를 보였으며 새해 들어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탈 거라 내다봤다.

이처럼 반도체는 지난해에 이어 유망 업종으로 주목받는다. 반도체 기억소자 'D램' 가격이 반등하는 데 더해 전방산업 회복이 호재로 작용할 거라는 게 증권업계 전망이다. '광풍'이 일었던 2차전지는 성장성이 유효하지만 최근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고, 전기차도 일시적인 수요 둔화 시기에 진입했다고 보이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호 NH투자증권 WM사업부 차장은 "반도체 시장이 좋을 거라는 인식은 팽배하다. 다른 시장은 계속 아웃풋이 줄었고 고금리 상황이라 전체적인 퍼포먼스도 줄었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반도체에서 커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분야 실적이 어그러지면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