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질 평가를 위한 생태독성 평가의 적극적 활용 필요성

입력 2023-11-30 10:06:50

엄헌섭 계명대 토목공학과 교수

엄헌섭 계명대 토목공학과 교수
엄헌섭 계명대 토목공학과 교수

물은 모든 생물체의 생체 대사와 다양한 산업 활동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 급격한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등의 요인으로 사용 가능한 수자원은 점점 제한되고,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 증가와 국가 안보 차원에서의 국제적 분쟁은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수자원은 산업 활동으로의 1차적 활용에 그치지 않고 국민 여가 생활과 다양한 경제 콘텐츠의 중심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청계천 복원과 많은 지자체에서의 강, 하천, 또는 호수와 그 수변 공간의 개발에서 보듯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수자원을 활용하는 예는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시에서 추진 중인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역시 수자원의 다각적 활용의 하나의 예이다.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대구시를 둘러싸고 있는 금호강의 주변을 개발하여 금호강 100리 길을 통해 사람길, 바람길, 물길을 연결하고, 금호강을 시민의 복지 공간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활용한다는 마스터 플랜이다.

이처럼 수자원을 다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대상 수자원의 안정적 수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만약 수자원의 수질이 좋지 못하거나 긴급한 오염이 발생한다면 공공위생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한다.

안정적으로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선 먼저 수자원의 수질 상태를 평가하여야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수질을 평가하는 방법은 물리화학적 정량평가가 있다. 이 평가법은 해당 수자원의 샘플을 정기적으로 채취한 후 또는 실시간으로 수질을 나타내는 다양한 항목들, 예를 들어 탁도, 질소, 인, 페놀, 중금속과 같은 수질 평가 인자들을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이를 수질 등급 평가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수질 측정망을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권역에 약 2,000여 개 설치, 운영하여 물리화학적 수질 지표를 분석하고 수자원의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물리화학적 수질 평가는 정량적인 수치로 수질을 평가할 수 있다는 객관성을 가지고 있으나, 단점도 여럿 존재한다. 먼저 물리화학적 정량 분석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질 항목은 제한적이며, 또한 분석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때로는 고급 분석 장비와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평가 결과 그 정량값이 주어질 뿐, 그 인자들이 해당 수환경의 자연과 생태계에 미치는 환경, 생태학적 의미를 대변해 주진 못한다.

수질을 평가하는 또 다른 접근법으로는 생물체를 활용하는 생태독성 평가가 있다. 생태독성 평가란 살아있는 생물체를 수자원이나 오염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시킨 후 그 시험 생물종이 보이는 생물 반응성을 분석하여 시험 시료들의 유해 영향성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생태독성 평가법은 물리화학적 정량 분석처럼 수질을 나타내는 특정 인자에 대한 수치를 제시해 주진 못하지만, 시험 대상 시료가 가지는 환경, 생태학적 유해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짧은 측정 시간과 적은 비용을 요하고, 전문적 분석 요원을 필요치 않는다. 이런 장점으로 말미암아 미국, 독일,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생태독성 평가를 수질과 환경, 생태계를 평가, 관리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여 2011년을 기점으로 하폐수 종말 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 기준 항목으로 물벼룩을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생태독성 평가는 물리화학적 정량 분석에 기반을 둔 수질 평가에 비해 수환경 현장에서 즉각적이고 주기적인 수질 스크리닝과 긴급한 오염 탐지, 그에 따른 조기 경보 발령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생태독성 평가를 하폐수 종말처리 시설의 방류수 수질 기준으로의 제한적 활용에서 벗어나 수자원의 일상적 또는 긴급한 수질 평가로의 활용 필요성을 제기한다.

강, 하천, 또는 호수나 저수지와 같은 자연 현장에서는 다양한 오염물질의 유입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기존 수질 평가 인자로 측정할 수 없고, 그 유해성은 단순히 정량적 숫자로 평가될 수 없으며, 오염이 미치는 환경적, 생태학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생태독성 평가를 활용한 유해성 평가가 필요하다.

최근 생태독성 평가는 학문적 차원을 넘어서 실용화 차원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고등 생물체를 대신하여 미생물을 시험종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단일종이 아니라 생태계 영양단계를 반영하여 다종 생물체를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기법도 개발되었다. 앞으로 현장 원위치 중심의 평가법 개발을 통해 수환경 현장 원위치에서 실시간 수준의 수질 평가와 오염 탐지가 가능해지면 생태독성 평가의 활용성은 훨씬 더 커질 것이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현재 수자원의 사용성은 점점 다각화되고 있다. 강, 하천, 호수와 그 수변 공간은 개발되어 시민들의 휴식과 복지 공간으로 그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이를 위해선 수자원의 안정적 수질 관리가 필수적이며, 그 첫걸음은 수질 평가와 오염 발생의 탐지이다. 생태독성 평가의 장점을 잘 이용하여 수환경 현장에서의 신속한 수질 평가로 2차 오염 발생과 오염의 확전을 조기에 막고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적 활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