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됐지만 '탈원전' 거대 야당 앞에 원전 홀대 여전

입력 2023-11-21 18:42:38 수정 2023-11-21 21:04:55

민주당, 원전 관련 예산 단독 삭감·관련 법안 처리 비협조
탄소 중립 위해 원전 중요성 더 커져…원전 지역 지원책도 함께 고려돼야

21일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식 의원(구미을)이 더불어민주당의 원자력 예산 단독 삭감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실 제공
21일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식 의원(구미을)이 더불어민주당의 원자력 예산 단독 삭감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실 제공

정권 교체로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자력발전 활성화에 드라이브가 걸렸지만 '원전 홀대'의 그늘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거대야당의 원전 활성화 견제가 여전한 데다 원전 지역의 호소가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것도 소걸음하고 있다.

21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 예산 33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원자력 생태계 지원 예산 1천112억원, 원전 수출을 위한 기반 구축과 수출 보증에 쓸 250억원 등도 삭감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구미을)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무소불위 의석수를 앞세워 묻지마식 예산 삭감과 제멋대로 증액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원자력과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며 대덕단지에 가서 연구자들을 격려했지만 막상 국회에 와서는 원자력 예산을 일괄적으로 삭감해 버리는 뒤통수를 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과속 탈원전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원전 관련 예산 전액 삭감으로 원전 생태계 복원을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내 원전 산업은 수난을 겪어왔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에 따르면 문 정부 기간 국내 원전 산업 매출과 종사자수는 각각 41%, 18% 감소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생겨난 추가 비용이 2017년부터 2030년까지 4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원전 예산 삭감을 두고 한국원자력학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황폐화된 원전 관련 중소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원전 수출 경쟁력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거대 야당의 원전 활성화 발목잡기는 원전에 임시로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보관하기 위한 근거가 담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 제정 작업에도 방해 요소다. 야당 측은 원전 운영 허가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를 가정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반대하며 법안 심사에 미온적이다.

고준위방폐장이 적기에 건설되지 않으면 원전 소재 주민들은 임시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안고 살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처럼 임시저장된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방세라도 매겨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호소가 크지만 이 또한 정부, 정치권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경북 등 원전 소재 9개 자치단체는 사용후핵연료 과세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수년 전부터 내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채 잠자고 있다.

원전 소재 자치단체들은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관련 지방세법 개정 법안들이 자동 폐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전 소재 주민들에게 더 싼 전기요금 혜택을 주기 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6월 제정됐지만 후속 대책은 요원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정책 실효성 담보를 위한 다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지역별 전기요금 제도 도입과 관련 '변전소 단위로 차등적인 요금 부과가 가능하지만 현재 관련 기술 개발 여부가 미지수', '어떤 방법으로 요금을 차등화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국회의 견제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탈원전 5년 동안 경북 등 원전 소재 지역은 경기 침체, 세수 감소 등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정권 교체로 온기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세계적인 탄소 중립 기조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원전 생태계 복원이 필요하다. 또한 주변지역 주민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