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택배노조가 한 택배대리점 소속 택배기사(퀵플렉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동안 쿠팡에서 과로사가 많이 발생했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해당 기사가 숨진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과로사로 추정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 하면, 그동안 쿠팡에서 과로사가 수십명 발생했다는 주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물류업계에선 "과거 택배기사가 사망만 하면 무조건 '과로사'로 모는 노조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사망발견 12시간 안돼 '과로사' 목청…쿠팡 '당사 배송기사처럼 노조가 허위주장"
13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로켓배송 등 장시간 노동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쿠팡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나섰다.
이날 오전 4시쯤 경기 군포시에서 60대 택배기사 A씨가 배송지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A씨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리점과 계약한 배송전문업체 B물산 소속 개인사업자다. 아직 구체적인 사안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숨진 A씨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로 정확한 사인 분석을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쿠팡 등에 따르면 A씨는 쿠팡의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대리점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문제는 택배노조가 이날 사망한 A씨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이 "과로사로 추정된다"며 쿠팡에 책임을 추궁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은 A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지 12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열렸다.
그러면서 노조는 "쿠팡에서 산재 사고가 14건이 났다" "하루 14~15시간 일한 장시간 노동이 축적되면서 어느 순간 계기를 맞아 1년에 26명이 과로사하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했다"고도 했다. 쿠팡은 즉각 반박했다.
쿠팡측은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군포시 소재 전문 배송업체 A물산과 계약한 개인사업자로, 경찰이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노조는 마치 당사 소속 배송기사가 과로사한 것처럼 허위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퀵플렉서는 업무 위탁을 준 대리점 소속 개인 사업자인 반면, 쿠팡 소속 직원인 배송기사는 '쿠팡친구'가 따로 있다.
그러자 물류업계에서는 "배송기사의 사망을 노조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풍문을 늘어놓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직원 3만명 이상인 국내 20대 기업 가운데 2021년부터 올 6월까지 2년 반 동안 산재 사망자가 0명을 기록한 곳은 쿠팡과 롯데쇼핑, 이마트 등 5개사에 불과했다.
특히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직원 수는 지난 2020년 2만6132명에서 지난해 말 7만6547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한 적이 있지만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5년(2018년~)으로 넓혀봐도 산재 사망자는 단 1명(업무상 질병)에 불과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물류 운송업계의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400건에 달하지만, 아직 쿠팡 사업장에서 산재로 승인된 산재 사망은 극히 드문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배 노조 주장대로라면 쿠팡 산재 사망자가 수십명에 달해야 하지만, 산재로 인정받은 사망 사례가 5년간 단 1건이기 때문이다.
◇다른 택배사 배송기사 사망도 '과로사' 단정…검찰, 택배노조, 폭행 혐의 수사 중
상황이 이러다 보니 택배노조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으로 숨진 배송기사의 죽음을 악용해 일방적인 여론몰이를 일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는 그동안 CJ대한통운, 롯데택배 등 텍배사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나올때마다 '과로사'라고 몰아간 사례가 존재해왔다.
지난 2022년 6월 CJ대한통운의 대리점 소속 배송기사 사망 때도 노조는 "고인은 평소 건강했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를 배송했다"며 과로사 의혹을 일으켰다. 그러나 CJ대한통운측은 "해당 기사는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 혈압, 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고 배송물량은 평균 택배기사보다 17% 적고, 주당 작업시간은 55시간 안팎이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20년 말 롯데택배 한 대리점 소속 배송기사 사망 사건에서도 노조는 "고인은 하루 14~15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롯데는 "평균 오후 7시간 정도에 퇴근했고 업무 과다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현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소속 직원 여럿을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택배노조 간부 원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 말 '쿠팡택배 지회' 창립 이후 이틀 간격으로 CLS 소속 직원 여럿의 목을 조른 뒤 밀어 내동댕이치거나, 다른 직원의 얼굴을 손으로 때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배송기사가 쿠팡 때문에 해고됐다"고 여론몰이에 나섰다가 사실 확인 결과 여전히 위탁 물량을 배송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CLS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숨진 배송기사의 사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과로사'로 몰고가는 것은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이라며 "독불장군식 '선동'보다는 팩트에 근거한 노조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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