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국인 보호의 일시 해제

입력 2023-12-21 10:18:13 수정 2023-12-21 16:01:12

정경훈 행정사

정경훈 행정사
정경훈 행정사

우리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 관련 법령을 둠으로써 자의적인 강제퇴거를 예방함과 동시에 체류 외국인으로 하여금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고, 적법 절차를 통하여 인권 침해의 소지를 없애려 하고 있다.

외국인의 강제퇴거 대상자 여부를 심사·결정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10일, 일본은 30일간 보호할 수 있다. 보호 역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히 해석·운용되어야 할 것인데, 우리가 일본보다 심사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적어 보인다.

외국인 신분인 용의자에게 보호는 사실 인신구속과 다름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87조에서 피고인을 구속한 때처럼 인권 보장과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체 없이 이해관계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는 것으로 절차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용의자는 강제퇴거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려면 강제퇴거명령서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짧으므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그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14일 정도로 늘려야 할 것이다.

외국인을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을 때에는 3개월간 그를 보호시설에서 보호할 수 있는데, 현재 화성과 청주에서 각 외국인보호소를 운영 중이다.

지방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직권 또는 피보호자의 청구에 따라 피보호자의 정상(情狀), 해제 요청 사유, 자산, 그 밖의 사항을 고려하여 2천만원 이하의 보증금을 예치시키고 주거의 제한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건을 붙여 보호를 일시 해제할 수 있다.

보증금은 보호의 일시 해제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상한액만 규정되어 있을 뿐 하한액은 규정되어 있지 않으나,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유의 경중이나 피보호자나 신원보증인의 자산 등을 두루 감안하여 보증금을 대폭 증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보호의 일시 해제 청구 사유는 대체로 체불임금이나 보증금 반환, 투자금 회수, 신병 치료, 혼인과 자녀 양육 등이다. 그중 피보호자가 국민과 사이의 결혼이나 임신, 출산, 양육 등 인도적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강제퇴거로 국민의 가정이 극심한 충격과 곤궁(困窮) 등으로 파탄에 이르게 될 개연성이 높다. 현 출입국 인력만으로는 해당 외국인이 보증금 납부에도 불구하고 출석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할 염려가 있는지 알 수 없고, 인도적 사유를 담은 보호 일시 해제 청구서 기재 해제 요청 사유 및 이를 입증할 만한 붙임 서류를 면밀히 검토할 형편이 되지 못할 것이므로 법무부에 등록된 출입국 민원 대행 기관이 작성한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활용하는 것도 시간과 업무량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본국으로의 송환 절차를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의 일시 해제를 해 주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보증금의 탄력적인 산정과 해제 기간, 보증인, 대행 기관의 활용 등에 관한 절차나 지침을 정비하여 인권침해나 재산상 손실, 신분상의 침해를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거의 대구 시민과 맞먹는 224만 명에 이르고, 전체 인구 대비 4.35%에 이른다. 따라서 국익과 외국인의 인권 등을 감안한 출입국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강제퇴거 대상자에게 보다 완화되고 탄력적인 보호의 일시 해제 제도로 개선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