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박상근(연세대 언론영상학부 학생) 씨의 할머니 고 이소덕 씨

입력 2023-09-24 14:18:33 수정 2023-09-24 18:41:20

"'상근아' 부르는 목소리 들릴 것만 같은데…애창곡 '사랑은 아무나 하나' 불러 드릴게요"

박상근 씨의 할머니 고 이소덕 씨가 효성여고 재학시절 때 촬영한 사진. 가족 제공.
박상근 씨의 할머니 고 이소덕 씨가 효성여고 재학시절 때 촬영한 사진. 가족 제공.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3살짜리 꼬마였던 제게 여느 동요보다 친숙했던 트로트 가요의 한 구절입니다. 외할머니께서는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즐겨 부르셨습니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6살 때까지 이 노래는 자연스레 저의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노랫소리를 따라부르며 춤을 추던 '강생이' 손자는 오늘도 할머니의 노랫소리를 죽도록 듣고 싶습니다.

작년 9월, 할머니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오던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할머니의 운명 소식을 듣고 급히 대구행 기차를 탔습니다. 창밖은 눈물처럼 비가 내렸고 잊고 있던 할머니의 애창이 허밍으로 흥얼거려졌습니다. 저를 재우면서 불러 주셨던 사랑의 자장가처럼 말입니다. 할머니께서 주신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보고 싶은 이소덕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편히 지내고 계시는지요. 하루는 느리지만 한해는 너무 빠르다고 했던가요? 할머니께서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신 지 1년이 다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49재가 끝난 뒤 제 꿈에 나타났습니다. 저와 어머니에게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자식과 손자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알고 계신 듯했습니다. 부디 당신이 바라시던 불국정토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보다는 '여사'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셨던 할머니. 할머니는 대구의 효성여고를 나온 뒤 일찍 결혼하셨습니다. 결혼 후에도 언제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중에도 20년이 넘도록 유서 깊은 사찰의 신도회장을 맡은 일은 제게도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소덕 여사는 제가 태어나자마자 만난 제 인생의 첫 동행자였습니다. 저는 해외여행이든 어디든 따라다니며 너무나 멋진 이소덕 여사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분은 제게 세상 최고의 아름다운 여사이자 천사였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책을 즐겨하시던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1~2년 전부터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다 작년 여름을 지나면서 급격히 몸이 나빠지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손자인 제게 말씀을 하실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날마다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마도 3~4달은 되었을 겁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몇 년이고 쭉 통화를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전화를 받으면 '상근아' 하는 할머니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소덕 할머니! 할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시던 멋진 손자의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도네요. 뵐 때마다 꼭 안아 주시던 할머니의 따듯한 향기를 다시는 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픕니다. 저와 주연, 지원, 유빈, 희근 등 5명 손주 모두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이쁘게 지켜봐 주세요.

곧 추석입니다. 추석 때면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송편과 맛있는 갈비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던 국수를 꼭 먹여 보내셨죠. 며칠 전에는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경상도식 멸치국수가 생각나 학교 인근의 국숫집에 갔습니다. 할머니의 발끝에도 따라오지 못하는 맛이었습니다. 할머니, '사랑은 아무나 하나' 불러 드릴게요. 국수 한 그릇 해주세요. 해주실 거죠? 보고 싶습니다. 이소덕 할머니….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사연 신청 방법
1.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혹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추모관' 배너 클릭 후 '추모관 신청서' 링크 클릭

2. 이메일 missyou@imaeil.com

3. 카카오톡 플러스채널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검색 후 사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