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영승 교사, 악성 민원 학부모에 매달 50만원씩 보냈다

입력 2023-09-21 07:12:20 수정 2023-09-21 16:00:27

지난 2021년 경기도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영승 교사의 생전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지난 2021년 경기도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영승 교사의 생전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경기도 의정부 호원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고(故) 이영승 교사가 4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학부모에게 8차례에 걸쳐 매달 50만원씩총 400만원을 입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MBC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수업 도중 손등을 다친 학생의 부모로부터 보상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 결국 사비로 보상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임 첫해인 2016년 이 씨가 담임을 맡은 6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업 도중 발생한 사고였기에 학생 측에게 학교 안전 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이 지급됐다.

이듬해 학생은 학교를 졸업했고 이 씨는 군대에 입대했다. 하지만 학생 측 부모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학교 측은 휴직하고 군 복무 중인 이 씨에게 직접 해결하라고 전달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학교 행정당국에서 연락이 왔다고(하더라)"며 "전화를 안 오게 하든가 뭐 돈을 주든가 치료비를 주든가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군 복무 중에도 합의를 계속 종용받자 이 씨는 2018년 2월에 한 번, 3월 휴가 때 세 번, 6월에도 휴가를 내고 해당 학부모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통장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4월 17일 50만원 계좌 이체가 이뤄졌다. 이처럼 8달 동안 월급날 계좌이체가 반복됐다. 총 금액은 400만원으로 모두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에게 이체가 이뤄졌다.

MBC는 당시 사고로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8cm의 상처가 생긴 학생의 상태를 고려하면 학교 안전 공제회 보상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돈을 송금받은 학부모는 이 씨에게 2차 수술을 언급하며 또 다시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의 동료교사는 "작고 하시기 한 달 정도 됐을까요? 학생이 손을 다친 그 일에 대해서 지금 또 학부모가 연락을 한다"며 "재판에 관련된 이야기도 이렇게 약간 언급했는데"라고 전했다.

이 씨 유족 측은 해당 학부모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씨의 아버지는 최근 SNS에 확산하고 있는 학부모의 신상 정보 유포 및 학생에 대한 비난과 관련해 멈춰 줄 것을 호소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행위에 대해서 위법이 있으면 벌을 해야지, 우리 영승이 첫 제자를 그렇게 사적인 제재를 한다는 것은 저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멈춰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