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제1회 신라문화제 개최…기원은 1933년 열린 '신라제'
박정희 의장 '신라문화 재건' 관심…제1회 문화제에 10만 '인간 홍수'
다음달 13일 제50회… 신라 천년 역사로 이제는 세계 손님 부를 때
1963년 5월 5일 제2회 신라문화제 둘째 날 경주 안압지(동궁과 월지). 궂은 비도 멎고, 사방을 뒤덮은 청보리도 기운을 차렸습니다. 초가가 옹기종기 사이좋은 반월성에도 온통 보리 내음입니다.
흰 두루마기 하얀 치마는 시골에서, 선글라스에 검은 양복은 도시에서. 기차로, 먼지 풀 풀 나는 버스로, 하얀 고무신으로, 보리고개를 마다하고 달려온 구경꾼들이 개미떼처럼 모였습니다.


국악 장단에 수상 가설 무대에서 펼치는 승무, 부채춤, 절로 넘어가는 꼬마 무용수들의 춤사위…. "여기가 더 잘 보이네". 멀리 반월성 언덕에도 하얗게 깨금발로 섰습니다. 시장기도 잊고 한나절이 휙 지나갔습니다.

1964년 제3회 때는 이곳에서 화랑·원화 선발대회도 열렸습니다. 도내 시·군에서 선발된 54명이 겨뤄 최고로 뽑힌 선남선녀들은 시가행진에서 구경꾼을 우르르 몰고 다녔습니다.


문화제는 언제나 서제(序祭)로 막을 올렸습니다. 토함산에서 말탄 화랑이 날라온 성화가 반월성 개막식장에 안치되고 에밀레종이 울리자 신라 58왕을 청해 제를 올렸습니다. 비닐우산 속 남여노소 1만5천여 명 모두 한마음이 됐습니다.



서제에 이은 가장 행렬. 1962년 제1회 때는 난리였습니다. 반월성-계림-시청-황성공원을 돌아오는 3km에 말탄 화랑, 고대 복장 궁중 무인, 현대 의장 예술인 등이 500m나 꼬리 물었습니다. 1962년 4월 22일자 매일신문은 "개막식 날 경주 거리는 10만 인파, 인간 홍수로 물결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곳곳에서 횡재수도 터졌습니다. 8원 하던 달걀이 13원. 20원짜리 비닐우산은 50원, 180원 여관 협정요금은 300원까지 뛰었습니다. 10여 곳 경주 막거리 양조장은 밤낮을 모르고, 다방 아가씨들도 이날 만은 참한 궁녀로 단장해 매상을 쑥쑥 올렸습니다.
어느덧 50회. 다음달 13~15일 경주에서 신라문화제가 열립니다. 1962년부터 시작됐지만 그 기원은 1933년 신라 6부 촌장에 제를 올리던 '신라제'였습니다. 백년도 넘은 역사답게 이제는 세계 손님을 불러들일 때가 됐습니다.
뮌헨 맥주축제는 1810년 왕세자 결혼식 기념 행사에 맥주를 즐기는 뮌헨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리우 카니발은 1930년대 초 삼바학교들이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삿포로 눈 축제는 1950년 고교생들이 오도리 공원에 6개의 눈 조각 작품을 만든 데서 시작됐습니다. 속내를 보면 모두 그들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씨앗으로 성장했습니다.

신라 천년 고도 경주. 이만하면 둘도 없는 씨앗입니다. 이 씨앗을 보존하자고 여태 집도 맘대로 못 짓게 했습니다. 그 덕에 사방으로 '신라 스카이라인' 마저 그대로 보존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그 빚을 갚을 때입니다. 글로벌 축제로 키워 동궁과 월지에, 황리단길에 60년 전 그때처럼 다시 '인간 홍수'로 경주 시민들에게 돈쭐 낼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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