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한중 양자회담 성사…"북한, 한중관계 걸림돌 되지 않아야"

입력 2023-09-07 20:26:06 수정 2023-09-08 00:29:25

윤 대통령 "중국,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책임 있는 역할해야"
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10개월 만의 한중 회담…50여분간 진행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국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국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 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후(현지시각)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한중 회담을 가졌다.

출국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한중 회담의 개최를 두고 전날인 6일 늦은 시간까지 협의한 끝에 전격적으로 리 총리와 회담이 성사됐다.

중국 최고위급 인사와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방문한 발리에서 시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10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리 총리와 처음 공식 대면한 뒤 이날 양자 회담으로 만남을 확대했다. 이날 회담은 예상보다 긴 50여분 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 문제와 관련해 리 총리에게 "중국이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악화될수록 한미일 공조가 그만큼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했다.

김 차장은 "한중 관계는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빈번하게 자주 만나 교류하고 대화해 가면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여기에 대해 리 총리도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핵은 우리에게는 실존의 문제다.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 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 북한이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그 전제가 되는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먼 친척보다도 가까운 이웃이 같이 협력하고 잘 지낸다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총리의 역할은 보통 경제, 사회, 문화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앞으로 한중 양국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설립 우호 원칙을 견지하면서 양국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그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공동 이익을 증진하고 상호 관심사를 배려해 나가면서 서로의 원숙한 신뢰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회담에서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는데, 윤 대통령은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추진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고, 리 총리는 "적극 호응하겠다"고 응답했다고 김 차장이 전했다.

리 총리는 지난해 3월에 취임한 뒤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 외교 무대에 처음 데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중 양자회담 성사와 관련, "국제 무대에 처음 참석하게 된 리 총리 측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궁금해하고 만나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중 회담이 성사되면서 일중 회담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리 총리는 전날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로 대립한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이들은 전날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별적으로 만나 잠시 서서 대화를 나눴지만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입장차를 보였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