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홍범도 흉상 이전에 與 일각에서도 "반역사 행위" 반발

입력 2023-08-27 17:00:28 수정 2023-08-27 19:48:51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데 대해 여권 일각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6·25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느냐. 참 할 일도 없다"고 했다.

이어 "역사논쟁, 이념논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며 "그건 반 역사다.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만들 하라"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한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했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은 별다른 공산주의 경력도 없는데 왜 이 영웅들의 흉상까지 철거한다는 건지도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이념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며 "친일매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의 이력까지 끄집어내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편향이고 이념과잉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준석 전 대표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흉상 이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지만, 당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만 했다.

야권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조선노동당 가입 이력까지 거론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남조선로동당 조직책 출신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숱한 흔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하라"며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우는 것은 철 지난 색깔론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여 총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윤석열 정부의 천박한 정치선동"이라고 직격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방부는 이튿날인 26일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생도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조성된 기념물들을 독립운동이 부각되는 최적의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부연했다.